"부끄럽습니다. 더욱 잘 하라는 뜻으로 알고 여성·가정범죄 전문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1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58주년 여자경찰 창설 기념식에서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다모(茶母) 대상'을 수상한 부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하귀진(32·사진) 경사는 "뜻밖의 큰 상을 받았다"며 수줍어했다. 인기TV드라마로도 익숙해진 '다모'는 조선시대의 여성 경찰을 일컫는 말로, 다모대상은 올해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둔 여경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이다. 하 경장은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사범 등 110건을 처리하며 153명의 범인을 검거하고 이중 40명을 구속시키는 혁혁한 공로로 첫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대를 나와 1995년 여경 공채에 합격해 경찰에 입문한 그는 6년째 기동수사대 여자형사반 소속으로 여성·가정 범죄를 맡아왔다. "멋있다"는 이유 하나로 경찰이 됐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추리소설을 탐독했다고 한다. 경찰에 뛰어든 직후 민원실, 면허시험장 등 여성적인 업무에 매달렸지만 성에 차지 않아 99년 형사업무인 기동수사대를 자원했다.
형사인 남편과 4살된 딸을 두고 있는 하 경사는 앳된 외모와 달리 일에 대한 애정과 끈질긴 수사력으로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남다른 검거실적 비결에 대해 그는 "6년간 여성·가정 범죄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제보도 많이 받고 절친한 파트너인 이혜정(32) 경장의 도움도 컸다"고 말했다.
숱한 사건 해결 과정엔 고비도 많았다. "4년 전 임신 8개월의 몸으로 6남매를 방치한 부부를 직접 검거하러 갔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딸을 잘 낳아 키우고 있는 것이 다행이죠." 하 경사는 "범인 검거를 위해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포르노배우로도 위장 취업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검도 2단의 무술 실력을 갖춘 그는 야간에 동아대 경찰법무대학원에 다니며 학문적 실력도 다져가고 있는 노력파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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