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X세대의 공통점은 알파벳 X이다. 여러 알파벳 중 굳이 X를 쓴 이유는 둘 다 미지의 것과 관련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X파일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해결되지 않은 미지의 사건 기록을 일컫는다. 1990년대를 풍미한 X세대는 그 이후 네트워크로 무장한 N세대, 월드컵의 W세대에 밀려 이미 구세대로 밀려났는지 모르지만, 당시 X세대라는 말에는 예측이 불가능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지의 세대라는 뜻이 들어 있었다. 이처럼 미지의 것을 X로 나타내기 시작한 기원은 수학의 방정식에 있다.방정식에서는 구하고자 하는 것, 즉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수(未知數)를 보통 x로 놓는다. 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이다. 당시 프랑스의 인쇄소에는 불어에서 흔히 사용되는 알파벳 x의 여분이 많았고, 이를 알뜰하게 이용한다는 취지에서 x를 선택했다고 전해 온다.
수학 하면 골치 아픈 방정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방정식을 세워서 풀어야 하는 문제를 기발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황윤석이 지은 '이수신편(理藪新編)'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오는데, 닭과 토끼를 미지수로 놓은 뒤 방정식을 세워 풀 수도 있고, 암산으로 답을 구할 수도 있다.
문제: 닭과 토끼가 모두 100마리 있고 다리가 모두 272개일 때 닭과 토끼는 각각 몇 마리인지 구하여라.
닭과 토끼가 모두 절반의 다리를 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래서 닭은 1다리로, 토끼는 2다리로 서있다면 땅을 딛고 있는 다리의 수는 전체 다리 수 272개의 절반인 136개가 된다. 만약 100마리가 모두 닭이라고 하면 다리는 100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문제에서 다리의 수는 136개이므로 100개와의 차이인 36개는 2다리로 서있는 토끼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토끼는 36마리이고 나머지 64마리는 닭이 된다. 절반의 다리를 들고 있는 상황을 가정하는 이 방법을 이율분신(二率分身)이라고 한다.
5세기 경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수학책 '손자산경(孫子算經)'에도 유사한 문제가 실려 있다. 꿩과 토끼가 모두 35마리이고, 다리를 세어보니 모두 94개일 때 꿩과 토끼는 각각 몇 마리인지 구하는 문제이다. '이수신편'에서 닭과 토끼가 나오는 계토산(鷄兎算)이 '손자산경'에서는 꿩과 토끼로 레퍼토리가 바뀐다. 사실 다리가 2개인 동물과 4개인 동물을 등장시키면 되기 때문에 학과 거북이를 소재로 한 학구산(鶴龜算)도 있다.
서양에서는 구해야 하는 미지의 것을 x로 놓고 방정식으로 표현해 일반적인 풀이방법을 탐구한데 반해, 우리나라와 중국은 동물이 절반의 다리를 들고 있는 해학적인 상황으로 바꾸고 해법을 찾았다. 이 방법은 특수한 조건의 방정식에만 부분적으로 적용되므로 방정식을 푸는 '마스터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식이 필요 없는 해법이면서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협찬 : 한국과학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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