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학의 교수채용 과정에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직은 주장 수준이어서 함부로 그의 관련을 운위할 계제가 아니다. 더구나 장관 본인이 부인하고 있어 그의 관련 부분은 해프닝으로 끝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이 사건은 결코 가벼이 넘겨 버릴 수 없는 중요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첫째, 오지철 문화부 차관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현 정권이 누누이 강조해 온 '인사청탁 불용'이 구두선에 불과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구나 오 차관은 대학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부처의 관료이다. 정상 경로도 아닌 인맥에 의한 부당한 간섭과 청탁이 이뤄진 것이다.
둘째, 현 정권과 입장을 함께하는 유력 인터넷 매체의 대표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당사자가 부인의 청탁 사실을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 정권, 나아가 개혁 지지그룹이 스스로를 과거 기득권 세력과 차별화하는 핵심 논거가 도덕성이다. 이른바 코드가 맞는 그룹이 단순히 기존 세력을 대체하면서 구습을 밟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청와대 업무 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다. 지난달 25일 청와대에 송달된 진정서가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민정수석실에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장관 내정자에 관련된 제보가 이토록 한가하게 다뤄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김선일씨 사건에서 드러났던 정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과 맞닿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의혹은 깨끗이 털고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의미를 청와대는 가볍게 흘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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