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67) 전 이라크 대통령을 단죄하는 세기의 재판이 1일 시작됐다. 이라크특별재판소는 이날 후세인과 그의 고위 측근 11명을 차례로 소환, 혐의 내용을 적시하고 항변을 듣는 인정신문을 했다.법정에 나타난 후세인은 예상대로 재판소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후세인은 재판관이 전쟁범죄 고문 반인륜범죄 집단학살 등 7가지 혐의사실에 대해 인정신문을 한 뒤 혐의사실이 적힌 법률서류에 서명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그는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혐의에 대해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이며 따라서 침공이 아니다"라며 "이는 이라크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모든 것은 연극"이라며 "부시가 악당이고 부시의 재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은 혐의사실에 대한 재판관의 신문과 후세인의 변호를 들은 뒤 30여분만에 끝났다. 검은색 옷차림의 후세인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때는 완강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세인은 법정에 도착할 때는 수갑이 차고 있었으나 법정에는 수갑을 벗은 채 재판을 받았다.
앞서 버스틀 타고 법정에 도착한 후세인은 이라크 경찰 6명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후세인의 호송버스에는 4대의 미군 험비차량과 앰뷸런스 한대가 뒤따랐다. 특별재판소는 장소가 극비에 부쳐졌으나 바그다드 국제공항 안이나 부근에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전날 신병 인도 때처럼 후세인 잔당 등 수니파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을 우려, 개정에 앞서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재판관 촬영도 암살 표적이 될 가능성 때문에 철저히 제한됐다.
살렘 찰레비 재판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후세인을 비롯, 피고들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하고 후세인은 매일 의사로부터 건강상태를 검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재판절차에 대해 "2005년까지는 공식적인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신문이 끝난 뒤 다음 절차로 후세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극소수 언론사만 방청이 허용됐다.
임시정부는 후세인이 재판을 선전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을 녹화 중계할 예정이어서 그의 발언 전부가 외부에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이라크 안팎에선 벌써부터 재판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특히 연일 후세인 사형을 언급하며 후세인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30일 신병인도 당시 후세인이 겁을 먹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후세인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환상깨기 작업의 하나일 수도 있다. 찰라비의 보좌관은 후세인이 30일 여전히 당당했다고 말하는 등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후세인은 '나는 이라크의 대통령, 사담 후세인 알 마지드다. 오늘 나를 심문하는가'라고 거만하게 말문을 열고 내내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재판의 공정성과 후세인 처벌수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방전도 불붙고 있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국제법정을 선호하고 사형을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은 30일 "어떤 경우에도 후세인을 사형에 처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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