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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인터넷, 죽음마저 선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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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인터넷, 죽음마저 선정적인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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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죽음이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가운데 그의 피살장면이 담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동영상을 같이 돌려본 일부 중·고교생들이 참혹한 장면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신체적 이상 증상에 시달린다는 보도에 이르러서는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죽음이란 무엇인가. 자연사이든 자살이든 타살이든 모든 죽음은 엄숙한 것이다. 죽음 앞에서 산 자는 한없이 죄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이며,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깨닫고 진지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엄숙한 다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직관적, 감상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죽음에 대한 그릇된 정보는 때로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줄 수가 있어 대단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참혹한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그러한 죽음의 잔혹함에 우리의 청소년들은 정신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그 장면을 본 중학생들이 흥미삼아 패러디 동영상을 제작하여 인터넷에 올리고,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잔인한 살해장면을 재미삼아 이야기하고 퍼뜨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살해 동영상을 본 청소년들은 "토할 것 같다"거나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다", 혹은 "너무나 끔찍하여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얼마나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인가. 순진하기만 한 그 아이들은 평생 악몽 같은 그 장면과 충격을 잊지 못할 것이며, 정신적 고통 속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잔인한 장면을 보면 처음에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만, 반복해서 보면 무감각해지고, 적개심과 분노를 표현하는 모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성과 관련한 자극적 내용을 무방비 상태로 접한 결과, 최근 10대 미혼모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비정하고도 자못 폭력적이기까지 한 행위에 대해 우리 어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선정적·폭력적 컴퓨터 게임에 익숙해진 세대임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와 같이 죽음에 대해 무감각하고 잔인성을 노출하며 생명과 인권의 존엄성을 저버리도록 그들을 방치한 우리 어른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청소년들 또한 아무리 흥미거리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잘못됨 점이 있음을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우리 어른들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종교단체들은 생명의 존엄성 수호를 위한 제 역할을 다하였는지, 학교와 가정은 청소년들이 성숙된 시민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에 충실하였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김선일씨 사건이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선정적 보도와 인터넷을 통한 잔인한 장면의 노출로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인간의 잔혹함을 경험하게 한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뉘우쳐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급 학교는 인터넷의 악영향으로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정보윤리 교육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언론과 사회단체들도 정보윤리와 인권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을 폭력과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매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다시는 이번과 같은 참담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희망인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번 기회에 생명의 존엄성과 죽음의 엄숙함에 대해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도록 모든 어른들이 지혜를 모아 인터넷의 악영향에 대처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갑 경복고 교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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