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귀여운 여인’에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있다면, 이 영화의 한국 버전인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는 김정은과 박신양이 있다. 두 배우의 개인기는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여자의 로맨틱한 사랑을 그린, 뻔한 드라마의 한계를 마술처럼 지워버린다.천방지축이지만 무슨 짓을 해도 귀여울 것 같은 태영(김정은), 오만함으로 무장한 재벌 2세로 태영에게 “애기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기주(박신양)가 핑퐁 게임처럼 주고 받는 사랑 이야기는 자못 매혹적이다. 방송 3주만에 시청률 30%를 넘긴 ‘파리의 연인’의 두 주인공을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촬영장에서 만났다.
“제가 혼자 천방지축에 들쭉날쭉 날뛰어도 박신양씨가 무게 중심을 잡아 주시니까 고마워요.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사랑의 눈길로 봐주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귀여워 보이고 다 용서가 되는 게 아닐까요.”(김정은) “보기 드물게 탄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박신양)
연기에 관해 끊임 없이 대화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이들 ‘파리의 연인’의 서로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그러나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기주요? 멋져요. 구태의연하거나 딱딱하지 않은데다 ‘자고 갈래’라는 말을 던지는 의외의 모습도 있어서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귀엽다니까요.”(김정은) “솔직히 기주 캐릭터가 왜 여성들에게 이렇게 인기인 줄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랑하는 여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뿅’ 나타나 문제를 ‘척’ 해결하고, 돈도 많고 차도 여러 대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닌가요.”(박신양)
박신양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퍽 많이 고민한 듯 보였다. “우리나라에 재벌 자식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 현실성 있게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일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정말 그럴 법한 재벌 2세를 그리려고 했어요.” 반면 김정은은 “태영은 밝아서 좋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번 울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팔딱거린다”고 답해 ‘매번 같은 모습 아니냐’는 비판을 비켜갔다.
드라마를 촬영하며 느낀 어려움도 사뭇 달랐다. “어휴, 글쎄 인터넷에서 제 정보를 검색해보니까, 취미가 ‘애드리브’라고 딱 나와 있어요. 저도 매니저도 그런 정보를 올린 적이 없는데요.
‘아 오늘은 애드리브나 한 번 해볼까’ 하고 그러는 게 아니고 다 작가 분이나 제작진과 상의한 끝에 나온 건데요.”(김정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너무 후져요. 파리에서 촬영할 때 현지 프랑스 촬영팀은 3교대로 일하는데, 저희는 그냥 한 팀이 계속 일했어요. 비인간적인 제작 환경 때문에 다음에 드라마를 또 하겠다고 선뜻 말 못하겠어요.”(박신양)
하지만 두 사람은 시청률 문제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낸 듯 보였다. “시청률요? 저희 드라마 하는 시간에 다른 방송사에서는 드라마도 안 한다면서요. 그럼 한 80%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박신양) “월요일 미용실 가서 인터넷을 통해 시청률을 확인해 보는데 짜릿짜릿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기대를 가져 주시니까, 잠 안자고 연기해도 힘이 되는 것 같아요.”(김정은)
두 배우가 지금처럼 태영과 기주의 캐릭터에 독특한 개성과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모래시계’ 시청률을 넘어보고 싶다”는 박신양의 소원이 꿈만은 않을 듯 싶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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