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이해찬 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자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체포동의안이 17대 국회 임기 개시 후 처음 상정된 데다, 여대야소 구도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큰 표 차이로 부결된 것이다.이 소식이 알려지자 "17대 국회의 첫 작품이 '제 식구 감싸기식 방탄국회'가 고작이냐"라는 식의 비판글들이 국회홈페이지 게시판등에 잇달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투표결과 보다 더욱 한심스러웠던 점은 투표에 앞서 '동료구하기'에 나선 일부 의원들의 어이없는 발언들이었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여야의원들을 '가련한 바퀴벌레 신세'로 표현했다. 김 의원은 "17대 총선에 출마한 의원 중 박 의원처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운을 뗀 뒤 '바퀴벌레 타령'을 했다. 김 의원은 "수사기관이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싱크대를 뒤지지는 않지만 밖으로 나온 바퀴벌레는 다 잡는다고 한다"며 "우리 모두는 언제든 잡힐 수 있는 바퀴벌레일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이 언제부터 이렇게 가련한 존재가 됐느냐"며 "이 아름다운 계절에 박 의원을 그대로 교도소에 보내야 하느냐"면서 질의를 마무리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자면 우리 국회는 '바퀴벌레 소굴'이요, 17대 국회의원은 모두 선거법을 위반한 셈이다. 하지만 본회의장에 있었던 여야 의원 286명 중 누구도 김 의원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치와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발한 17대 국회가 과연 과거의 오명을 씻어내려는 의지가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성호 정치부 기자 s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