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90년대 미국 음악계를 호령했던 두 밴드가 나란히 음반을 내고 모처럼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3일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는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가 6년 만에 발표한 6집 ‘투 더 5 보로스(To the 5 Boroughs)’. 발매와 동시에 1위에 올랐다.
3인조 비스티 보이스는 86년 데뷔작 ‘라이센스드 투 일’로 랩 앨범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올랐던 역사적인 팀. 백인도 제대로 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힙합과 록이 결합된 하드코어 랩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새 음반은 힙합의 본고장 뉴욕의 빌딩 숲을 그린 음반표지가 말해주듯 힙합 본연으로 돌아가겠다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첫 싱글 ‘체-체크 잇 아웃(Ch_Check It Out)’을 비롯해 수록곡 전반에서 샘플링과 비트 모두 단순했던 80년대 초반 분위기가 물씬하다. 정치적 발언을 자주했던 이들답게 ‘댓츠 잇, 댓츠 올(That’s It, That’s All)에 담긴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매섭다.
비스티 보이스에게 1위를 뺏긴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는 음악의 종류는 다르지만, 이름값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메탈리카와 더불어 80년대 미국 헤비메탈의 양대산맥이었던 건즈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시와 베이시스트 더프 맥케이건, 드러머 매트 소롬이 뭉쳤기 때문. 건즈 앤 로지즈가 지난 13년 동안 음반을 발표하지 않아 사실상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래도록 신보를 기다려 온 팬들의 기대를 채울만한 라인 업이다.
밴드의 간판이었던 액슬 로즈의 빈자리는 90년대의 실력파 모던 록 밴드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리드 보컬이었던 스코트 웨일랜드가 훌륭히 채워주고 있다.
데뷔작 ‘콘트라밴드(Contraband)’는 과연 건즈 랜 로지스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애피타이트 포 디스트럭션’을 닮았다. 동시에 웨일랜드의 영향으로 1970년대 하드록 밴드의 유산을 물려받은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모던 록적인 색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80, 90년대 두 밴드를 좋아했던 팬들은 물론 다른 음악요소가 섞이지 않은 예전 록을 그리워한다면 즐길만한 작품이다.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에서 별 4개를 받았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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