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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金씨 피랍 초기대응 美조언따라 강공 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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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金씨 피랍 초기대응 美조언따라 강공 택한 듯

입력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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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김선일씨 피랍 대책본부(본부장 최영진 외교부 차관)에는 가동 첫날인 21일부터 비관적인 상황 판단이 전달돼 있었다.자이툰부대 파견에 앞서 이라크에서 정보수집을 하던 군 고위관계자가 피랍소식을 접하고 즉시 미군 정보당국과 접촉해 작성한 급보였다. 자국민 피랍사태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대비가 없던 우리 정부는 이를 몇 안 되는 고급정보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보고의 존재는 정부의 대책이 왜 초동단계에서부터 오락가락 춤을 췄는지, 왜 파병방침을 공개천명하는 등 패착을 두었는지, 또 왜 이라크에 고위협상단으로 미국전문가를 파견했는 지 지금까지 의문을 설명하는 열쇠가 된다.

미 국방정보국(DIA)의 전문가는 '몸값 협상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여러 가지 대책을 조언했다. 납치조직이 과거에 이탈리아인과 미국인 등을 납치한 조직과 연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미국측은 김씨 피랍위치 파악이 협상의 관건이라고 지적하며 참수통첩시한(데드라인)을 최대한 지연할 것 부족장 및 종교지도자 접촉채널을 확보할 것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한국군의 인도적 지원과 파병목적을 홍보할 것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구출작전을 준비할 것 등의 대책을 권고했다. 이 같은 판단과 정보는 서울로 급히 전달돼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으로 구성된 피랍대책본부 회의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초기에 미국측이 제시한 대책의 상당부분을 채택했다. 최영진 차관은 첫 정부성명부터 이라크 파병방침을 재확인했고, 반기문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과 회견을 가졌다.

현지지원반장으로 미국통인 장재룡 외교부 본부대사를 선임한 것도 아랍계 납치조직과의 석방협상 보다는 미군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으로 정부 승인을 바탕으로 미군을 이용해 구출작전을 펼치는 것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피랍자 구출전략을 받아들이는 게 옳았냐는 것이다. 이라크 현지에 파견된 정보기관원을 중심으로 '타협없는 강공책'을 펼쳐왔던 미국은 인질구출에 대부분 실패했다.

더욱이 정부는 초기에 판단을 바꿔 다시 낙관론을 폈고, 대책은 춤을 췄다. 바로 22일 밤에는 갑작스럽게 바꿔 노무현 대통령에게 "희망이 보인다"는 보고를 했다.

반 장관은 피랍발표 다음날 국회에서 "여러 가지 낙관적, 비관적 정보가 모두 들어와 이를 토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정부는 김씨 구출노력을 벌인 40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단편적인 정보를 접할 때마다 어지럽게 갈팡질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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