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예쁜 시어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온 수녀 시인 이해인(59)씨가 산문집 '기쁨이 열리는 창'(마음산책 발행)을 냈다. 최근에 쓴 시, 수필, 독서일기 등 95편으로 올해로 수녀 입회 40주년을 맞는 소회와 다짐이 담겨있다.1976년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까지 부산의 수녀원에서 지내온 그는 '기쁨이 열리는 창가에서'라는 머리 글에서 40년의 세월을 짤막하게 이렇게 요약한다. "풋풋한 설렘과 뜻 모를 두려움을 안고 스무 살에 수도원을 들어섰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하고 친숙하여 수도원의 종소리가 고운 환청으로 들릴 정도입니다."
여기에 '단순하게 사는 법' '용서의 기쁨' '신발의 이름' 등의 글들은 모두 '마음은 고요하게/눈길은 온유하게/생활은 단순하게…' 살아온 그의 자세를 보여준다.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서평도 눈길을 끈다. 환경문제를 다룬 마로리 램의 '2분간의 녹색운동',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 최순우의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등 신앙생활과 별 관련이 없는 책까지 읽고 감상을 남겼다.
뒷산에서 주워온 솔방울, 어머니의 꽃골무, 주일에만 사용한다는 낡은 구두 등 자신이 기거하는 수녀원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 43장도 공개했다.
7월에는 시집도 낸다. 꽃과 관련된 시만 88편을 모은 꽃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분도 발행)이다. 다양한 꽃과 꽃집, 꽃병 등 꽃과 관련된 시와 함께 단상을 덧붙인다. 무거운 슬픔과 분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요즘, 그의 글에서 새로운 희망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진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