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재판대에 선다. 지난해 12월13일 미군에 체포된 그는 미군 포로가 아닌 이라크 임시정부의 형사 피의자로 이라크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미국과 임시정부가 주권 이양 뒤 첫 공식 조치로 '후세인 단죄'를 치고 나온 것은 이라크 새 체제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카드라는 판단 때문이다. 후세인 특별재판소부터 "실제 기소와 재판은 내년에야 가능하다"고 밝히는 상황인 만큼, 후세인의 신속한 법정 출두는 전격적인 조기 주권이양에 이은 일종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후세인의 신병 인도 시기 등을 두고 논란을 빚던 미국과 임시정부는 특별재판소의 구속영장 발부(29일) → 미군의 후세인 신병 인도(30일) →후세인 재판소 출석을 통한 형사 절차의 시작(1일) 등 3일 만에 후세인 문제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1일 재판소가 후세인에게 구속 영장의 혐의 내용을 통보하는 역사적 장면은 녹화돼 공개될 예정이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 등 임시정부의 요인들은 벌써부터 "미군 점령으로 중단된 사형의 부활을 검토 중"이라며 후세인에 대한 극형 언도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의 범죄 입증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임시정부는 후세인에 대해 1988년 쿠르드족 화학무기 학살, 1990년 쿠웨이트 침공, 1991년 시아파 봉기 유혈 진압 등 전쟁 범죄와 반 인도 범죄 혐의를 적용하려 하지만, 후세인이 주요 문서에 서명하지 않은 데다 보복을 우려해 증인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후세인이 형사 피의자로서 변호사 선임권, 미군의 신문 거부권을 가진 만큼 추가 진술을 얻어내는 것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과 임시정부는 재판이 장기화 되더라도 하위 인사, 고위 측근 11명, 후세인 순으로 기소와 재판을 진행, 후세인에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 내 압박할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세인 재판의 폭발력도 예측하기 어렵다.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쇼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후세인과 그의 변호인단이 과거 미국의 지원 의혹을 제기하는 등 '물귀신'작전을 펼 수도 있고, 24년 독재가 낳은 구 기득권층을 선동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후세인 재판이 이라크의 양극화를 불러 격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시정부 요인들이 최근 거듭해서 팔루자 반군 사면 구 이라크군 사단 재건 옛 바트당 인사 기용 등 수니파와 구 기득권층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것도 후세인 고립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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