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에 2,000억원대의 지급보증 피해를 떠넘긴 혐의로 4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아 온 이익치(사진)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기소됐다.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29일 1997년 현대증권 회장 재직시절 현대증권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지급보증 각서를 이사회 결의 없이 현대중공업에 써줘 회사에 피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가 각서를 써준 날(1997년 7월1일)을 기준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7년) 만료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2000년 참여연대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당초 이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공소시효 10년) 적용을 염두에 두고 느긋하게 수사를 해오다가 최근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판례를 검토한 결과 특경가법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 공소시효 만료에 임박해 기소를 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각서를 써줄 당시에는 미래에 발생할 정확한 피해액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경가법 적용이 어렵다는 게 법원 판례"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7년 현대전자가 현대투신 지분 매도를 통해 캐나다 은행인 CIBC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 현대중공업을 끌어들여 CIBC에 매각한 현대투신 주식을 3년 뒤 되사주는 환매계약을 맺도록 한 뒤 손실이 발생할 경우 현대증권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이사회 결의 없이 써준 혐의다.
현대중공업은 이 계약으로 사들인 현대투신 주식이 이후 전부 소각되자 이씨와 현대증권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 1심에서 1,718억원의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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