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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6학년 때 반장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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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6학년 때 반장의 영향력

입력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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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들이 졸업 35주년을 기념하여 예전에 수학여행을 가듯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어른들의 여행인데도 출발지에서 자동차를 나누어 타는 일, 목적지에 도착해 방을 배정하는 일,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일, 모든 것이 6학년 때 반장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다.

내일 모레면 나이 오십이 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기 방의 부족한 베개와 모기약까지 숙소 종업원에게 바로 얘기하지 않고, 일일이 반장을 불러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하긴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고등학교 교실로 돌아가고, 초등학교 동창들이 만나면 초등학교 교실로 돌아간다더니 꼭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남자보다는 여자 친구들이 반장을 더 많이 찾는 것 같았다. 학교를 졸업한지 35년이 지나도 옛날 여자 친구들에게'6학년 때의 반장'이 차지하는 추억의 상징성과 영향력은 엄청나 보였다. 그 시절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나 '6학년 반장'은 같은 반 여학생들 절반 이상의 첫사랑의 상대이기도 하며, 조금 더 과장하여 말하면 아버지 다음으로 이 세상 남자들을 바라보는 잣대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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