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은 내 인생의 길잡이 '선데이 서울' 두 번째 이야기다.그 시절엔 연예인의 브로마이드 사진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우리집의 철없는(?) 고모는 배우들의 달력 사진을 오려 자기 방에 붙여 놓았다. 바로 그런 시절에 '선데이 서울' 표지를 열면 바로 그 다음 장에 죽 펼쳐볼 수 있는 여배우들의 비키니 수영복 차림 와이드 컬러 사진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선데이 서울'을 내 인생의 길잡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와이드 컬러사진보다 13세 소년의 몸과 가슴을 덥게 했던 것은 그 책 중간쯤에 나오는 '어찌하오리까'였다. 서울에 함께 올라와 방을 같이 쓰는 고향 선배 언니가 집에 일이 있어 잠시 내려간 사이 선배를 찾아온 약혼남과 그만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냐는 '구로동 어느 고민녀'의 얘기를 필두로 전국의 수많은 고민녀들의 사연을 침을 꼴깍이며 읽었던 것인데, 아아 무정하여라.
그 이야기 모두가 그 잡지의 기자거나 자유기고가가 매주 한 꼭지씩 머리를 짜내 만들어낸 얘기라는 걸 서른 살이 넘어서야 알았던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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