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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독환자 퇴원허용은 살인방조"/大法, 의료진에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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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독환자 퇴원허용은 살인방조"/大法, 의료진에 유죄 확정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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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이 불가피한 의식불명 환자를 보호자의 요청으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소극적 안락사'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9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양모(41)씨와 3년차 수련의 김모(36)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씨의 지시로 환자를 집으로 옮기고 인공호흡기를 뗀 1년차 수련의 강모(33)씨에 대해선 "의료행위 보조자로서 전문의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경제적 이유로 남편을 퇴원시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5분만에 숨지게 한 부인 이모씨는 살인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이미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환자 퇴원시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이 가능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환자의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는 등 살인행위를 도운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은 환자의 보호의무를 보호자에게 맡겨 살인행위를 도운 것에 불과하고, 적극적으로 환자의 사망을 조종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양씨 등은 서울보라매병원에 근무하던 1997년 "퇴원시켜 달라"는 이씨의 수 차례 요구에 따라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 김모씨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선 살인죄가 인정됐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유사한 의료 관행에 대해 형사 처벌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보호자의 요구로 퇴원,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한 의료 현실에서 환자와 가족의 이익, 의사의 양심적 결단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환자·가족이 원하는데…"

대법원이 29일 치료 중단 시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자 의료계는 "의료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 대변인은 "의사가 보호자의 입장을 존중했는데도 살인방조죄로 보는 것은 의료현실을 전혀 도외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한 환자의 퇴원은 대부분의 경우 환자 및 보호자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 왔던 게 우리나라 현실이며, 의사의 지시나 권고에 반한 환자의 퇴원도 의료 현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문제여서 처벌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협회가 2001년 제정한 의사윤리지침에도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대리인이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과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돼있다.

당시 이 지침이 나왔을 때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 판결로 이와 관련된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권 대변인은 "의사들이 보호자 및 법적대리인 등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와 의학적 충고에 반하는 퇴원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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