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의 레트(클라크 게이블)와 스칼렛(비비안 리)의 키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영화에서 두 사람은 여러 번 키스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열적인 것은 남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한 레트가 타라 농장에서 스칼렛에게 작별 키스를 하는 장면(사진)이다. 우람찬 체구의 레트가 참새처럼 떠는 작은 스칼렛을 두 팔로 안고 입술을 압박하듯 숨막히게 키스하던 이 장면은, 시뻘겋게 타오르는 애틀란타의 하늘을 배경으로 해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키스는 애정의 표현이 되기 전에 우정의 표시로 시작되었다. 인도에서 시작돼 페르시아와 시리아를 거쳐 로마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초의 로맨틱한 키스는 중세 프랑스문학에서 처음 묘사되었는데 연인들간의 키스를 ‘프렌치 키스’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키스는 많은 로맨스영화에서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스신은 묘하게도 입술이 닿지 않은 없는 것이다. ‘나우 보이저’(Now, Voyager)에서 제리(폴 헌레이드)와 샬롯(베티 데이비스)이 여객선 갑판에서 나누는 키스 아닌 키스신. 유부남 제리는 노처녀 샬롯을 간절한 눈동자로 응시하면서 담배 두 개비를 꺼내 함께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제리가 건네 준 담배를 입에 무는 샬롯. 입술이 직접 닿지 않으면서도 정열이 가득한 키스이다.
키스도 아름답지만, 그 여운을 맥 빠지도록 감상적으로 묘사한 노래가 기억에 남는 영화가 ‘카사블랑카’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하오. 키스는 세월이 가도 여전히 키스지만, 한숨은 그저 한숨에 지나지 않지요. 이런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순응케 되는 기본적인 일들이라오.” 카페 아메리캥에서 샘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이 노래는 못 이룰 사랑을 하는 릭과 일리자의 한숨 같다.
지금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는 키스신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의 그것. 짧은 머리의 버그만이 쿠퍼에게 “키스할 때 코는 어떻게 하지요”라고 묻는 모습에서 키스의 겨울공기처럼 맑고 신선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레타 가르보가 “키스하기 전에 촛불을 꺼주세요”라고 부탁한 뒤 라몬 노바로와 나눈 키스(‘마타 하리’)와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서로 은근짜를 놓으며 즐긴 키스(‘소유와 무소유’), 달리는 열차 침대 칸에서 캐리 그랜트와 에바 마리 세인트가 몸을 빙빙 돌려가며 나누던 키스(‘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도 멋있다.
박흥진/LA미주본사 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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