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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혼다 어코드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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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승용차다. 1976년 첫 출시 이래 26년간 6차례의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140여개국에서 총 1,220만대가 판매될 만큼 명성 높은 차다. 미국 자동차 전문잡지에서 17년간 ‘베스트 카’ 톱10에 들 정도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혼다어코드의 7세대 모델이 지난달 국내에 출시됐다. 2,400㏄가 3,390만원, 3,000㏄가 3,8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뉴그랜저XG S30이 3,174만원임을 감안하면 국산차와 큰 차이도 없다.

이 때문에 혼다어코드는 출시되자마자 시장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계약 개시 이후 25일까지 40여일 동안 350여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당초 예상의 2배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직접 시승해 본 어코드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줬다. 먼저 수입차가 주는 색다름의 프리미엄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우리 차가 일본 차를 많이 모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코드가 기본에만 충실하기 때문인 지, 평범한 인테리어와 익숙한 디자인은 국산차와 혼동을 일으킬 정도다.

이미 대형차에는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네비게이션이 없는 것도 수입차 분위기를 반감시킨 요인이다. 검은색 일색인 인테리어도 마치 택시를 탄 것 같이 답답하다. 강한 석유화학 제품 냄새는 ‘새차 증후군’을 걱정하게 한다. 선루프 버튼이 운전대 왼쪽 아래에 위치,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열고 닫을 수 없다는 점도 불편하다.

엔진 성능은 탁월했다. 가속 페달을 누를 때마다 마치 치타처럼 신속하면서도 부드럽게 반응하는 어코드는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임에는 분명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이런 차를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점도 수긍하게 된다.

그러나 성능 만큼이나 내부 인테리어 및 디자인도 차량 선택의 주요 기준이다. 어코드의 판매량이 출시 초기만큼 돌풍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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