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한 시대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나라의 경제 규모나 발전 정도는 경제 통계 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 문화 양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소비 트렌드를 읽고 예측하는 일은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히트상품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부합해야 한다. 사실 히트상품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출시된 신제품이 시장에 연착륙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 대부분 막대한 개발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만다. 제품 아이디어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히트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소비자 트렌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각 기업마다 하나의 상품에 대해 전담 매니저가 생기는 것도, 이 매니저가 회사 책상머리보다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올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수출 증가에도 불구, 사상 유례없는 소비 위축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꼭꼭 닫아왔다. 심지어 소비를 주도해온 고소득층사이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일단 덜 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종의 소비 트렌드이고, 아무리 불황기라도 소비는 인간의 본능적 사회활동인 만큼 인기를 끄는 상품이 있게 마련이다.
불황속 소비 트렌드를 꼽으라면 역시 웰빙(Well-being) 이다. 나 스스로가, 우리 가족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심리는 오히려 불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잘 먹고 잘 산다는 얘기는 결국 의식주 등 기본적인 사항에 관한 한 특성화 상품을 요구하는 니즈로 나타났다.
웰빙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여피나 보보스와 달리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신의 평온한 상태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주부들이 아무리 값이 비싸도 유기농산물을 가족들에게 챙겨주는 심리이다. 웰빙은 가전제품과 창업 아이템, 아파트, 심지어 주류와 담배에까지 번져 나갔다. 주5일제 근무 확산, 고속철도 개통, 정치사회적인 불안 등으로 소비자들의 웰빙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일보사가 올해 히트상품으로 선정한 2개 부문 67개 상품에 흐르는 기본 정신도 이런 웰빙이다.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 뛰어난 기술과 품질, 독창적 마케팅 기법 등으로 웰빙을 판매한 제품들이다. 이번에 선정된 정보통신, 주택, 식음료 등 전 분야에서 자연과 문화, 더 풍요로운 가족생활이 마케팅의 기본이었다.
/심사위원 : 리대룡(중앙대 교수·위원장)
임종원(서울대 교수)
김점옥(한국편의점협회 전무)
홍재서(한국일보 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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