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폐막한 제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화제작은 단연 박준형(25) 감독의 ‘어느날’. 의협심 강한 주인공이 소매치기 일행을 잡는다는 14분32초짜리 이 영화를 두고 심사위원단은 극찬을 했다.김성수 감독은 “기존의 주류 액션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을 찾으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고, 류승완 감독은 박 감독의 차기작에 직접 출연키로 약속했다. 그리고 ‘어느날’은 액션스릴러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8㎜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영화는 독특한 액션과 감독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지형지물을 박차고 뛰어올라 2층 창문 안으로 쏙 들어가고, 육교기둥 정도는 가뿐히 타고 내려온다.
범인을 발로 찬 다음에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범인을 쫓는 급박한 순간에도 횡단보도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자 멈춰 선다. “싸우지 않는 액션을 추구하다 보니 곡예 수준의 스턴트를 선보이게 됐다”는 게 주연, 시나리오, 편집, 촬영감독을 도맡아 한 박준형 감독의 설명. “고교 1학년 때부터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을 오르내리는 개인수련을 한 덕에 이런 액션이 가능한 것 같아요. 신호등 이야기는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공익적 메시지를 위해 집어넣었죠.”
스턴트 액션에 관심을 갖다 보니 2000년 첫 작품 ‘Begin’부터 ‘어느날’까지 그가 만든 단편 12편은 주로 액션영화다. 그러나 영화제 본선에 오른 것은 ‘어느날’이 처음. “제 영화가 순수할지는 몰라도 기술적으로는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여성관객이 사인까지 해달라고 하고, 상금 100만원까지 받으니 기분은 좋네요.”
그는 왜 영화를 할까. 단편영화로 무슨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망막 상처로 인해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 수준이다. 아르바이트 삼아 하던 인천의 한 할인점에서의 일도 눈부신 조명 때문에 최근 그만뒀다.
“건전한 영화를 만들어 청소년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3년 안에 찍을 장편영화에도 욕이나 담배, 술, 살인 이런 것은 없을 겁니다. 제작비요? 단편은 아르바이트해서 벌면 돼요. ‘어느날’도 스태프 밥값 12만원 포함해 15만원밖에 안 들었어요.”
‘어느날’을 비롯해 그의 단편영화는 인터넷 홈페이지(pdafilm.co.kr)에서 볼 수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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