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국 국경을 넘어 몽골로 밀입국하다 숨진 정철훈(18)씨가 중국 공안에 의해 사살됐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는 사고 2주일 후 "중국 국경수비대의 검문 과정에서 총기탈취를 시도하다 오발사고로 정씨가 사망했다"는 외교통상부 발표와 배치되는 것이다.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는 29일 오전 선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씨와 함께 국경을 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정씨의 아버지 정지성(45)씨 등 목격자들의 증언이 담긴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정씨는 "20여명의 중국 국경수비대가 처음에는 공포를 쏘면서 부대 막사 쪽으로 우리를 유도했으나 우리가 국경이 있는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하자 실탄을 쏘았다"며 "5m 정도 앞서 뛰어가던 아들이 머리와 허리에 총을 맞아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당시 도망가기 바빠 몸싸움을 할 정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정씨와 함께 체포된 이모(44·여)씨 역시 "우리는 무조건 뛰었는데 갑자기 신호탄이 터지고 자동차가 나타나더니 앞과 옆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댔다"며 "나중에 공안들끼리 '30발 들이 탄창 11개를 모두 쏘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안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일행 중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발로 차고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2개월 여에 걸쳐 7차례나 외교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나 묵살당했다"면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나서 이들에게 사살이라는 증언을 하지 않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정부가 진상을 신속히 규명하고 중국 정부에 대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씨 부자 등 탈북자 24명은 4월2일 자정께 중국 만저우리(滿洲理)에서 국경을 넘어 몽골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6명만 월경하고 나머지 17명은 체포됐다. 몽골로 탈출한 6명 중 5명과 체포된 17명은 지난달 입국해 현재 하나원에서 보호 중이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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