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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달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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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달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란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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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파란이 일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표결 전만해도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뀐 정국, 새 국회에 대한 여론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17대 의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여지없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버렸다.따라서 "17대에서도 '동료 감싸기' 구태가 재연됐다" "개혁 구호를 내걸고 출범한 새국회가 도대체 바뀐 게 뭐냐"는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의원들은 표결 직후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 자체가 무리"라고 강변했다. "박 의원이 수사에 적극 협조했는데도 체포동의안까지 제출한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전의 비리의원 감싸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명도 했다. 하지만 부결의 밑바닥에 의원들간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됐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의원들이 60여명에 달하고 중앙선관위의 선거비용 실사결과가 나올 경우 의원들에 대한 추가기소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의원들로선 "남 일이 아니다"며 일제히 반대표 대열에 선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분간 여론의 뭇매가 예상된다. 하지만 똘똘 뭉쳐 부표를 던진 한나라당 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을 향한 비난강도가 더 거세보인다. 우리당 내 이탈표가 없었다면 체포동의안 가결은 무난했다. 하지만 입만 열면 '개혁'을 외쳐온 우리당내에서 대거 '초록은 동색'식 이탈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배신감은 상당해보인다. 당내에선 벌써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박창달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동의안이 가결되면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도 나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읍소했다. 이어 주호영, 김재원, 박계동 의원이 잇따라 등단,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이며 박 의원을 엄호했다. 김재원 의원은 이 과정에서 "지금은 밖으로 튀어나온 바퀴벌레만 잡혔지만 우리 모두는 싱크대 밑 바퀴벌레 신세"라는 자조적 표현으로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한나라당은 앞서 의총을 통해 자유투표 방침을 세웠지만 내부에선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이명규 장윤석 김기춘 의원 등이 잇따라 발언에 나서 체포동의안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자유투표로, 민주노동당은 찬성쪽으로 당론을 모았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체포동의안 부결 표분석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적어도 30명 이상이 반대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에는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286명이 참석, 찬성 121, 반대 156, 기권 5, 무효 4가 나와 가결정족수 144표보다 23표가 부족했다. 투표자 286명 중 우리당은 146명, 한나라당 117명, 민주노동당 10명, 민주당 8명, 자민련 3명, 무소속 2명이 참석했다.

표를 분석해보면 가장 적게 잡아도 우리당에서 나온 반대표는 24명이다.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노동당을 빼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무소속 의원 모두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부족분이 23표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는 5대3 정도로 부결이 많은 것 같다"는 민주당 의원의 말을 감안하면, 우리당 반대표는 27명에 이른다.

한나라당에서도 의외의 찬성표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포 동의안 부결시의 여론의 비난 등을 의식해 소장파 의원 사이에서 10명 정도가 찬성, 기권, 무효로 이탈했다고 가정하면, 우리당의 반대표는 37명. 우리당 참석자 146명 중 25%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이탈 숫자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박창달의원 누구

한나라당 박창달(58) 의원은 15, 16대 전국구 의원을 지낸 뒤 17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 대구 동을에서 당선된 3선 의원이다. 1981년 11대 국회 때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입문, 15대 말에 의원직을 승계해 금배지를 달았다.

박 의원의 혐의는 지역구에 선거사무소(유사기관)를 설치, 산하 산악회를 통해 선심성 산행관광을 알선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운동원들의 활동비로 5,160만원을 지급한 것이다. 이 같은 액수는 이미 구속된 우리당 오시덕·강성종 의원,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이 제공한 금품 및 향응 액수 1,000∼4,000만원보다 많다. 또 박 의원의 선거운동원 7명은 이미 5월 초 구속돼 재판에 계류중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정치권 반응

열린우리당은 29일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곤혹스러워하며 즉각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부결 직후 성명서를 내고 "우리당 의원들이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또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뿌리깊은 악폐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시 '의원실명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책을 즉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종석 대변인도 "국회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께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원웅 의원은 "방탄국회나 일방적인 의원감싸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애초부터 무리한 법적용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구식 원내부대표도 "무리한 수사였기에 여야 가리지 않고 공감대가 형성돼 정당하게 처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면서도 "부정·부패 연루 의원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불체포특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라고 여론의 역풍을 경계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檢 "선거사범 어쩌나…" 당혹

검찰은 예상치 못한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할 말이 없다"며 당혹해 했다. 대선자금 수사로 총선 물갈이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검찰로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산된 듯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새 정치를 표방한 17대 국회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선거사범을 엄단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꺾었다"고 비난했다.

검찰은 박 의원의 혐의가 이미 구속된 강성종, 오시덕, 이덕모 의원보다 무겁다는 점을 지적,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국회 회기가 끝난 뒤 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의 영장 집행에 불응했던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최근 불구속 기소한 바 있어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시민들은 "17대 국회가 시작부터 제 식구 감싸기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싹수가 노랗다" "그 나물에 그 밥" 등의 혹평도 쏟아졌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17대 국회는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여지없이 배신 당했다"고 비판했다. 주부 이모(33)씨는 "김선일씨 참사로 온 나라가 들끓는 마당에 의원들마저 구태만 반복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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