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지하실 실험실에 대장간이 있다. 우리나라 공과대학 실험실에 대장간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더구나 시골 장터 끝자락 한모퉁이에 자리잡고 있었던 운치 넘쳤던 대장간도 이제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필자는 미국 동부 지역 보스턴에 위치한 MIT에서 1년 동안 연구한 경험이 있다. MIT의 교육과 연구, 학과 간 그리고 대학과 산업체의 연계관계, 교수들의 학회 활동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던 중에 지하실에 있는 재료공학실험실에서 대장간을 발견한 것이다. 공학계 대학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MIT 실험실에 대장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으며 그들의 교육시스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바로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 창의력만이 최고의 기술을 낳고 최고의 기술이 그 나라의 국력을 지켜주는 가장 힘센 무기였던 것이다.
10년 전 MIT 총장이 전경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초청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MIT 총장은 일류국가가 되려면 창의력을 기르는 일류대학이 많아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내용인 즉, 일본의 공학 교육 시스템으로는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없으며 일본이라는 국가도 세계 최강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무서운 답변이었다. MIT 총장은 일본 공학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창의력 부재에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앞에서 본 대장간의 주인은 여학생이었으며, 그 미국 여학생은 우리나라 호미 모양의 긴 쇠붙이를 종일 담금질하고 있었다. 그는 똑같은 쇳조각을 불과 물을 반복하여 왕래하면서 쇠붙이의 강도가 어떻게 좋아지는가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물질이란 간단하게는 원자와 분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특유하고도 고유한 물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평범한 촌로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 실험실 한켠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실험 정신과 전통 시골 대장간 노인의 마음이 어떤 면에서는 결합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결합에 정작 우리 대학과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빠져버리고 만 것이 아닐까?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기댈 곳은 오로지 창의력 계발이다.
/박돈희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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