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처럼 코에 붉은 공 장식을 단 배우들이 첫 이야기 ‘가족’을 보여줄 때만 해도 관객은 시큰둥했다. 러시아 광대극단 ‘리체 데이’나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를 베낀 것 아닐까 싶은 마임극이었다.노래와 춤을 곁들인 두 번째 이야기 ‘냉면’은 배우들의 섬세한 몸짓이 돋보인 촌극이었지만 엽기적인 가사가 마음에 걸렸다. 세 번째 이야기 ‘추적’은 웃음의 융단폭격이라 할 정도로 쉴 새 없는 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막 내린 뒤 덤으로 선사한 5분의 촌극을 당하지 못한다. 극단 사다리 움직임연구소의 ‘휴먼 코메디’(연출 임도완)는 후련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왜 이들의 웃음은 후련할까. 우선 세 가지 이야기가 때로는 긴밀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막간의 촌극과 막이 내린 뒤 보너스로 올리는 촌극까지 ‘휴먼 코메디’라는 큰 이야기 안에 잘 녹아 있다. 한 번 웃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고 휘발되는 말장난과 코미디 연극의 질적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사뿐 아니라 몸짓 그리고 배우들의 깜짝 변신도 오롯한 재미를 준다. ‘냉면’에서 놀림감이 되는 시골 사람이 엉덩이를 뒤로 빼고 주춤거리는 몸짓을 보라.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도 대단하다. 특히 6명의 배우가 14명의 역할을 하는 ‘추적’에서 누가 누구인지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궁금증을 한껏 부풀린 시점에서 막이 내리면 배우들은 무대 뒤를 보여주며 깜짝 변신의 비결을 알려준다.
힌트. 조금 일찍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으면 배우들의 구두를 유심히 보시길. 8월29일까지 창조콘서트홀. (02)762-3097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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