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이현승 부장판사)는 28일 계열사 부당지원 및 법인세 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길승(63·사진)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벌금 400억원의 선고를 유예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SK해운 및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변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회사에 거액을 빌려주고 무모한 선물투자로 주주와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쳤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분식회계, 법인세 포탈,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범행을 연쇄적으로 저질렀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을 도모한 점과 개인적 이익을 챙기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감안했다"고 벌금 선고유예의 배경을 설명했다.
손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최근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기업인들이 대부분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중형이지만 거액의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등 혐의가 더해진 경우로서 최근 기업의 관행적 비리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잣대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손 회장은 SK해운 자금 7,800억여원을 선물투자에 사용하고 계열사인 (주)아상에 2,400억여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와 법인세 382억원 포탈 및 불법 정치자금 121억원 제공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손 회장은 이미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로, 항소심에서 이번 사건과 병합해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손 회장이 선고유예 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아 벌금형의 효력이 살아날 경우 벌금 미납시 1일 노역(환형유치) 대가를 1억원으로 판시했다. 노역 대가는 통상 1일 수입 기준으로 4만원부터 산정되는데 1억원은 판례상 최고액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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