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피해 복구다 농촌 일손 돕기다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여 만에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더없이 평화롭고 청명한 6월의 농촌 들녘! 가난했던 시절 맨발로 뛰놀던 앞 개울, 명절이면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어우러지던 잔치 한마당, 푸근하고 순박한 아주머니들 인심!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내 고향 농촌의 모습이다.그러나 우리 농촌의 현실은 예전의 기억과 사뭇 다르다. 마을마다 어린아이 울음 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면 단위 최고의 행사였던 추석 다음날 초등학교 운동회는 기억 속에만 있고, 전교생을 합해도 고작 십여 명에 불과하다. 고향의 젊은이들은 어디인가로 모두 흩어졌다. 농어촌 주민 셋 중 둘은 50대 이상이고 농가 경영주 중 절반이 60세 이상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우리 농촌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정말이지 안된다. 농촌의 아픔이 곧 도시의 아픔이며 농촌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생명과 활력의 보고다. 요즘 '웰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건강한 생활과 마음의 여유를 함께 추구하는 삶을 일컫는 신조어다. 건강하게 잘 먹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비결은 도시와 농촌이 자기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농협에서는 올해부터 '농촌 사랑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농협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온 국민이 참여하고 모든 기업이 '1촌 1사 운동'에 적극 동참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될 때 가능하다.
우리 농촌은 미풍양속과 전통의 보고이다. 주말마다 자녀들과 함께 전통문화 행사장을 찾아 자연과 문화체험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주 5일제의 확산으로 주말농장을 임대하여 직접 무공해 채소를 가꾸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우리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안전한 먹거리 제공, 지하수를 맑게 하고 공기를 깨끗이 하는 청정 기능, 홍수 조절, 녹지와 휴양처 제공 등 눈에 띄지 않지만 농산물 생산액의 4배에 달하는 엄청난 혜택을 국민에게 베풀고 있다.
말없이 지켜온 우리 농촌이 조금씩 야위어간다. 이제껏 힘겹게 지켜온 우리 농촌이 온 국민의 따뜻한 관심을 바라고 있다.
/강명구·농협 충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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