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피살 참사와 관련해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회가 30일부터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해 중복 감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감사원과 여야 정치권은 28일 이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우선 감사원의 피감기관과 국정조사의 대상기관이 일치한다.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국정원 등이 직접적인 대상인 것은 물론 AP통신과 가나무역이 참고인 조사 대상에 올라있는 것도 똑같다. 또 내주에 양측 모두 이라크 현지조사를 계획 중이어서 위험을 감수한 채 이중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교민들의 비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기가 같으니 중점 점검사항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감사원과 국회 모두 피랍사실의 사전 인지 여부, 교민 안전대책의 적절성 여부, 현지 정보 수집활동 등을 살펴본 뒤 외교·안보분야 시스템 개혁안을 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굳이 피감 기관의 업무공백을 걱정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내용의 진상조사가 별개로 진행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윤철 감사원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천정배·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시기와 대상이 일치해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특감 이후에 국정조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는 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조하며 모두 감사원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우리당 진상조사단장인 유선호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참고는 하겠지만 진실을 밝히는 1차적 책임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국회가 이를 다시 감사 하는 게 진정한 견제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국민정서를 고려하더라도 홍수지역에 몰려가 사진 찍고 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며 "최소한 현지조사만이라도 감사 결과를 보고나서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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