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아 칠순잔치 해 준다 카더니, 제발 눈 좀 떠래이…."김선일씨가 이라크로 떠난 지 1년여 만에 믿을 수 없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부산의료원은 다시 깊은 비탄에 잠겼다. 26일 빈소에 도착한 선일씨의 시신 앞에서 또 한번 넋을 잃었던 유족들은 27일에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그러나 선일씨의 아버지 김종규(69)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듯 외부 접촉을 피하며 충격과 아픔을 애써 삭였다.
부산의료원 빈소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의 위문객들이 줄을 이어 눈물을 흘리는 등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김씨의 시신은 26일 오후 5시25분 대한항공 KE 59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군 수송기에 실려 김해국제공항에 와 오후 8시 35분께 부산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의 시신은 일부 멍든 흔적은 있었으나 대체로 깨끗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밤 9시께부터 시신 확인작업을 한 부산의료원측은 "김씨는 다리 일부에 멍이 발견되고 복부일부에 부패흔적이 보였을 뿐 나머지 신체에는 별다른 상처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목 부위도 현지 의료진에 의해 봉합돼 외관상 흔적만 있을 뿐 참혹했던 당시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교적 깨끗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 확인작업에 참여했던 유족대표 김진국씨는 "살해 흔적과 함께 왼쪽 허벅지안쪽과 오른쪽 허벅지 바깥쪽에 멍과 부패흔적 정도만 발견됐다"며 "몸에 폭발물이 설치된 흔적 등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김씨의 시신은 철제관에 담긴 뒤 다시 나무관으로 이중 봉합됐으며 나무관 뚜껑은 완전 밀봉된 상태로 부산의료원 안치실에 보관됐다.
이날 오후 김씨의 이라크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아랍어로 된 성경책, 영어 공부 책자, 옷가지가 담긴 여행용 가방, CD플레이어, 통기타 등 유품이 공개돼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정부측 관계자는 "유품에는 영어와 아랍어 단어 공부를 위해 빼곡이 적어 놓은 노트 등도 포함돼 있다"며 "김씨는 현지에서도 선교 활동을 통한 독실한 신앙생활과 꿈을 이루기 위한 각종 어학 공부에 매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측은 김씨의 친형 진학(38)씨 등 유족과 기독교 성직자들로 장례준비위원회를 구성,김씨에 대한 보상과 예우, 장례기간, 장지 등에 대한 협의에 나서는 한편 기독교식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장례준비위 대변인 이동수 목사는 "유족들은 김씨의 시신이 국립묘지에 안장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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