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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결산/'비핵화 첫조치' 논의 물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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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결산/'비핵화 첫조치' 논의 물꼬 터

입력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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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북핵 6자 회담의 성과물로 남은 의장성명에는 차기 회담일정 이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다.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이 공동인식에 도달했던 '동결 대 상응조치'의 논의도 다음 실무그룹회의로 넘겼다. 그러나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허상만 좇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땅을 딛고 논의할 수 있었다"며 북한과 미국이 구체안을 제시한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북핵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회담의 분위기는 미국이 첫날 자체 해법을 제시하면서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미국 안의 골자는 북한이 3개월 동안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 폐기 선언을 하고, 핵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 등의 조치를 이행하면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이행하겠다는 것. 여기서 3개월의 의미는 핵 폐기를 위한 첫단계 조치로 해석되며, 북한이 제시한 동결과도 유사하다. 이는 폐기에 집착하던 미국이 사실상 한발 물러서 전향적 자세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 중 북한은 "미국의 안이 건설적"이라며 칭찬을 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이 제시한 동결 대 보상의 구체안도 성의를 담았다. 200만KW의 에너지 지원과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경제제재 해제 등의 보상이 따르면 핵무기 관련 모든 시설물과 재처리 결과물을 동결하겠다는 것으로 조건이 되면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측이 제시한 구체안에는 적어도 핵 폐기의 첫단계 조치로서 동결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의장성명 4항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조치'가 바로 이를 의미한다. 사실상 동결 대 보상의 원칙적 선언을 의장성명에 담은 셈이다. 그러나 동결의 범위나 동결의 검증방법 등에선 북미간 견해차가 커 구체적인 표현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 조치인 핵 동결의 범위와 기간, 검증방법 및 상응조치에 대한 집중적인 협의는 일단 다음 실무그룹회의로 넘어갔다.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동결의 대상에서 HEU문제가 회담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HEU문제가 해결되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HEU문제로 인해 회담이 먼 길을 우회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북한이 거부하면서 검증방법도 새로운 장애물로 떠올랐다. 북한은 "IAEA는 미국의 주도로 움직이는 만큼 사찰방식은 북핵 6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김정곤기자

kimjk@hk.co.kr

■각국반응

3차 6자회담에 대해 참가국들은 대부분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본격적 협의 틀을 제시한 북한과 미국은 말을 아꼈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은 "이번 회담은 종전의 회담 결과들을 공고히 하고 앞으로 진전을 이룩하는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은 "회담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고,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수석대표는 "우리의 희망이 실현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세 차례의 6자 회담 중에서 가장 진지하고 성실하게 진행됐으며 매우 깊은 토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회담 이후 공식언급이 없다. 우리측 회담관계자는 "상대측 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를 살수도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만족감의 표시를 자제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 의장성명 요악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였으며 그 목표를 향하여 가능한 한 조속히 초기 조치들의 필요성을 강조

참가국들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인 과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

참가국들은 제4차 6자회담을 9월말 이전에 베이징에서 개최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

실무그룹이 조속히 개최되어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들로서, 범위와 기간, 검증, 상응조치를 정의하며 제4차 회담에 건의

■ 폐막 이모저모

3차 북핵 6자 회담은 개막식은 있었지만 폐막식이 없었다. 지난 두 차례 회담에서 북미간 의견차를 무시하고 폐막식을 강행했다 파행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의장국인 중국이 북미간 갈등 재현을 막기 위해 폐막식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폐막을 하루 앞둔 25일 장치웨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폐막식은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고 밝혀 회담장 주변을 술렁이게 했다. "북미접촉에서 일이 틀어져 회담이 끝장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폐막식은 전체회의로 갈음됐다.

하지만 전체회의장 분위기는 중국의 우려와 달리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북핵 해법의 구체안을 내놓은 것이 회담의 큰 성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참가국 대표들이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에는 박수갈채로 회담의 성과를 축하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리근 북한 외무성 부상이 "회담이 백해무익했다"는 폭탄발언을 했던 1차 회담이나 제임스 켈리 미국 수석대표가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서둘러 회담장을 빠져나갔던 2차 회담의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핵 폐기의 첫 단계로서 동결과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원칙에서 6자간 의견접근이 진작에 이뤄져 공동문안 작성에도 큰 걸림돌이 없었다. 문제는 차기회담 일정이었다. 우리측은 북미가 내놓은 구체안이 '식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로 8월말을 제시했다. 의외로 미국이 흔쾌히 OK를 외쳤다. 그러나 북한이 너무 촉박하다며 10월을 고집하고 나섰다. '회담의 성과를 대선에 이용하고자 하는 부시 행정부의 의도를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북한측 태도에 대한 대체적 해석이었다. 결국 절충안으로 9월이 결정됐다.

공동문안이 대략 완성된 25일에도 사소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우리측은 본국 훈령에 따라 북한이 막판에 문구수정을 요구해 홍역을 치렀던 지난번 회담을 상기하며 문구수정 불가방침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북한이 의외로 이를 흔쾌히 수용했고 미국이 도리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미국도 다음날 수석대표 회의에서 문구수정을 제안하지 않았다.

/베이징=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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