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知的 웰빙의 결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知的 웰빙의 결핍

입력
2004.06.28 00:00
0 0

최근 우리 사회는 소비, 투자 측면의 내수 부진을 비롯한 진퇴양난의 경제난국에 봉착해 있고,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및 신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국민 여론이 분분하다. 여기에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 문제로 국가안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한국인 피살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노조의 하투(夏鬪)는 팽팽한 노사 간 줄다리기 협상 속에서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고, 기업들은 내수 가뭄 속에서도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뜻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고질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내외 혼란이 가중되어 있는 지금, 우리는 언론 및 각종 채널을 통하여 접하는 난세를 개탄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는 절실해지고 있다. 웰빙(Well―Being)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건강 트렌드는 의식주 등 일상에서부터 상업 부문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타민이 나오는 의류나 냉방기에서부터 비교적 고가의 영양죽 전문점과 사찰음식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채식뷔페점 등은 예약을 해야만 하는 곳도 있다. 또한 새집증후군의 심각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유해한 화학성분을 차단하거나 자연친화적 자재를 사용하여 건축하는 주생활의 웰빙 바람도 불고 있다.

원래 웰빙은 보보스(Bobos)족의 삶의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보보스족은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계급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부와 가문, 명예와 같은 붉은 카펫 위를 걷는 대신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공한 경우로서, 정보력이 강하고 적극적이며 일을 즐길 줄 알면서도 균형 있는 소비패턴을 유지하는 자유인이라 할 수 있다.

값비싼 유기농 채소를 먹고 고가의 온천욕과 요가 패키지를 하는 것이 웰빙은 아니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며 정신적 자유라는 축복을 만끽한다면 보보스족이 추구하는 웰빙을 우리도 생활화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여 전부터 웰빙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는 이유는 당시 고소득층의 고급 유기농 식품 및 자연친화적 주거 형태, 육체의 건강을 위한 요가, 명상 열풍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이제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웰빙을 생활 속에서 추구해야 할 일부로 받아들이고 식단과 침구에서부터 운동, 주거 형태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차별적 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할 수 있다는 그 자체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 이렇게 볼 때 웰빙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보면 외모, 음식 등 외적으로 보이는 면에만 너무 치우쳐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요가, 명상 등 정신적 웰빙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서점가를 보면 진정한 웰빙의 완성을 위한 정신적, 지적 웰빙이 결핍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적, 지적 웰빙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겠지만 요즘 우리 외교부의 무능함을 돌이켜 보아도 고답적 방식으로 육성된 인재보다 폭넓은 독서와 유연한 사고, 깊은 견문을 갖춘 높은 감성지수(EQ)의 소유자가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탄탄한 지적 성숙을 겸비한 진정한 웰빙을 추구하기 위해서 웰빙과 상업의 단순 결합에서 진일보하여 서점가에 웰빙 카페 및 웰빙 음식점을 같이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