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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권이양 D-2/'민주정부 수립' 험난한 실험 출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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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권이양 D-2/'민주정부 수립' 험난한 실험 출발선에…

입력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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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권 이양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5월1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종전 선언 뒤 472일 만에 이라크인의 손에 다시 주권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주권 이양은 2006년 1월1일 민주적 주권 정부 수립을 위한 출발선에 선 것에 불과하다. 저항세력의 대공세와 송유관 등 기간시설에 대한 거듭된 공격으로 주권 이양을 맞는 이라크는 되려 극도의 혼란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임시정부가 치안을 확보하고 재건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내년에 예정된 두 차례의 총선과 헌법제정 국민투표를 치러낼 기반을 닦을지는 불투명하다.

무엇이 달라지나

30일 미 군정기구인 연합군행정처(CPA)가 해체되고 7월1일 이라크 임시정부가 출범한다. 미군의 점령통치가 종식되고 입법, 행정, 사법부를 갖춘 3권분립의 민주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정부의 권한 한계는 뚜렷하다. 내년 1월 제헌의회 총선 준비용 시한부 정부일 뿐 CPA 제정 법률 개정권, 새 법률 제정권, 중요 조약 체결권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임시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CPA의 법령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치안유지의 주도권도 다국적군에 있다. 온전한 주권 정부가 출범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은 사실상 '백지 위임장'을 쥐고 있으며 다국적군 철수 요구권은 내년 1월 총선 뒤 출범할 과도정부가 6월에야 행사할 수 있다. 경찰 지휘권 문제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내부 역량도 미흡해 험로가 예상된다. 권력구조가 미국―종파―민족 간 모자이크식 타협의 산물이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의전 성격의 대통령은 수니파, 2명의 부통령은 수니파와 쿠르드족, 실세 총리는 시아파가 나눈 '3인4각'이고, 26개 부처도 고르게 분배됐다. 적지 않은 인사들의 친미 행적은 정통성이나 대국민 호소력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법권 독립도 불완전하다. 다국적군은 형사소추 면제권을 인정 받을 전망이며, 사담 후세인은 당분간 실질적으로는 미군의 손에 남게 된다.

과제와 변수

임시정부의 성패는 내년 1월까지 275명의 제헌국회 의원을 뽑는 총선을 무사히 치러내느냐에 달려있다. 제헌을 위한 과도의회와 과도정부를 수립하지 못하면, 신 헌법 국민투표 부의(2005년 10월15일까지), 새 정부 수립 총선(12월15일까지), 민주적 주권 정부 출범(2006년 1월1일) 등 정치일정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시정부의 최대 과제는 총선 실시를 위한 치안 확보이다. 경제적 재건 기반 구축도 안정 속의 총선을 치르기 위한 주요 과제다.

임시정부 내부에 도사린 돌발 변수도 문제다. 3∼5월 시아파의 그랜드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와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촉발한 시아파 봉기에서 볼 수 있듯 종교·민족 지도자들의 동향은 언제든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다. 쿠르드족의 자치 수위를 둘러싼 시아파―쿠르드족의 갈등도 내연 중이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의 독자 세력화 움직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는 이라크 신군부와 끈끈한 유대를 형성한 데 이어, 최근 구 이라크군 재조직과 바트당 인사 재기용 방침을 밝혔다. 재건된 군부의 동향이 정치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치안 확보가 최우선 과제

주권이양 이후 이라크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치안 확보이다. 치안 안정이야말로 이라크 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라크 내 저항세력들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항세력들의 무차별 공격은 주권이양을 앞두고 절정에 이르고 있다. 주권을 이양 받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향후 이들의 공격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가 이라크 재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두드러지기 시작한 저항세력의 총공세는 27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미공군 C―130 수송기가 지상공격을 받아 피격됐다. 26일 이라크 중부 힐라에서는 차량폭탄 테러로 이라크 민간인 23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저항세력은 팔루자 바쿠바 등 수니파 지역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했다.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가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된다고 재확인하긴 했지만 앞서 "치안불안이 지속될 경우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두 달 가량 늦출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치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다.

임시정부는 저항세력의 공세에 맞서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거론되던 계엄발동과 관련, 하젬 알 살란 임시정부 국방장관은 25일 "바그다드 일원과 다른 주 일부에 비상사태 선포 및 계엄령 발동 계획을 갖고 있다"고 구체화했다.

최근 이라크에 1만5,000명의 지상군을 증파할 수 있다고 밝힌 미군도 25일 자르카위를 잡기 위해 팔루자 지역 공습을 단행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저항세력의 공세는 주권이양 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헤리티지 재단의 중동문제 전문가 제임스 필립스는 "주권이양이 단기적으로 저항세력 공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11월 미 대선과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더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권이양 후에도 예전처럼 사실상 미군이 치안 책임을 맡는 등 저항세력이 활동하는 데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원유·전력 생산 복구 시급 550억弗 재건비용도 태부족

이라크 임시정부는 차질 없이 내년 1월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와 함께 민생 안정의 기초를 닦는 경제적 숙제를 원만히 풀어야 이라크를 나라다운 나라로 재건할 수 있다.

이라크 치안 상황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총선 준비는 유엔의 몫이기도 하다. 총선 관리 지원을 약속한 유엔은 조만간 이라크 대표부 대표를 지명한 뒤 다국적군의 보호를 받는 지원단을 이라크로 보낼 예정이다.

임시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총선을 성공리에 치러 제헌의회를 구성하더라도 정치적 걸림돌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제헌의회가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각 정파의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말 헌법 확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 전에 독립에 준하는 자치를 요구할 북부의 쿠르드족, 다수파인 시아파를 견제하고자 하는 중부의 수니파가 시아파와 각을 세우면서 이라크 전역이 내전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기틀을 갖추는 것도 정치적 과제 못지않게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국부(國富)의 근간인 원유의 생산량이 최근 전쟁 이전 수준(1일 250만 배럴)으로 회복됐지만 저항세력의 파괴 공작으로 인해 안정적 생산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미 군정은 최근 이라크 전력생산이 4,000MW를 넘어설 정도 복구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의 이라크 국민들은 여전히 제한 송전에 따른 불편을 겪고 있다. 상·하수도, 도로 등 다른 인프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통계조차 잡지 못하는 실업률로 인해 증폭되고 있는 사회 불안은 반미정서를 키우고 정통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임시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미국과 세계은행이 추정하고 있는 550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전후 복구 비용 충당도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부시에겐 희망과 절망 '분수령'

6월30일 이라크 주권이양은 조지 W 부시 미 정부에게 도전과 시련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주권 이양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근본적 물음과는 관계없이 부시 정부는 군정을 종식하고 대신 이라크인들에게 자치의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고 있다. 독재자가 쓰러진 땅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과 명분을 증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이 새로운 국가의 틀을 갖추는 모습을 보일 때 부시 정부의 전쟁 기획자들은 '미국산 민주주의'를 아랍국가에 이식하려는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모습은 재선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훌륭한 선거 구호를 보태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라크 과도정부와 의회, 헌법에 대한 논의 등은 이라크 땅의 혼란과 미군 사망자 수를 앞세울 존 케리 상원의원의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의 '카 인권정책연구소'의 사라 세월 박사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수렁이란 단어가 선거전에 따라다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점령정책을 끝내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권이양은 부시에게 큰 위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불안한 이라크의 치안은 부시 정부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게 될 전망이다. 정권이양 후 미군은 치안의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2선으로 후퇴, 이라크 보안군을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과연 이라크의 안정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라크의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은 결국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부각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선거전에 부담으로 남게 된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본질적인 의문은 권력이양 후에도 이라크 땅에서 미국의 입김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주권 이양 이후 완전한 권력을 찾으려는 이라크인들의 요구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수렴청정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측과의 필연적인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미 군정의 상징이던 연합군 임시행정처(CPA)해체의 한 켠에서 이라크인들의 손으로 권력이 넘어간다면 전쟁의 약속된 과실은 보장될 수 있는가라는 회의가 미국인들, 특히 보수층 사이에서 자라고 있다.

이런 회의는 결국 권력의 외양은 넘기되 실질은 붙잡으려는 정책을 부시 정부에 요구함으로써 결국 이라크 내 반미, 반 과도정부 세력에 저항의 명분을 보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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