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의 파문이 날로 확대되자 외교통상부는 휴일인 27일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반기문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를 자청해 "김씨 사건에 대한 국민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며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반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런 일이 터진다고 장관을 바꾸면 언제 외교를 하나. 몇 달마다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젠 국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위험 지역에 가면 스스로 자기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해외교포가 600만명이고 연간 외국에 나가는 국민이 700만명이나 되는데 전세계 129개 공관을 통틀어 900명의 외교 인력이 안전을 모두 책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정부의 외교력 부재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은 이라크에 그 많은 병력과 정보원이 있으면서도 미국인 2명이 납치, 참수되는 것을 막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그 때 미국 국무부에는 비난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는데 우리처럼 감정풀이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여러분이 장관이라면 테러단체의 요구에 굴복하겠느냐"며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며칠이나 대서특필되고 이라크 추가 파병 철회 논란이 이는 것만으로도 테러범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장관은 "요즘 내가 움직이면 사진기자 수십명이 사진을 찍으면서 마치 검찰청에 불려 나와 포토라인에 서 있는 범법자 취급을 한다"며 "이런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관계에도 좋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AP통신의 전화 묵살 파문에 대해서는 "AP의 누가 어떤 식으로 질의했다고 하더냐. 외교부 직원의 관심을 촉발할 만한 질문 내용이었다고 하더냐"고 AP 측을 재차 비난했다. "외교부와 AP,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이 모두 비난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반 장관은 "김 사장에게 확인해 보니 처음부터 알 자르카위가 납치한 것 같지는 않고, 팔루자 인근의 다른 무장단체가 납치했다 알 자르카위에 넘긴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며 "조만간 김 사장의 추가 진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간담회를 마치면서 "외교부가 억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의 사정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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