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난관리발전과제 보고회. 이 회의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단어는 단연 '시스템'이었다. 이 말은 무려 10여 차례나 거론됐다.노무현 대통령은 "정부는 총체적 정책, 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재난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도 "봉사단체 인력을 조직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스템론에 가세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시스템 통치'를 행정의 전범인양 들먹여왔다. 각종 사건·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국가위기관리시스템'도 만들었다.
하지만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서 드러난 외교·안보 관련기관의 일 처리는 '시스템 통치'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국정 시스템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따지고 있다.
외교부,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등은 정보력· 협상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게다가 김씨 피랍 여부를 문의했다는 AP의 보도로 외교부는 직무 유기 시비에까지 휘말려있다.
참여정부는 외교·안보시스템 개편 차원에서 조정·기획 기관인 NSC 사무처의 직원을 10여명에서 78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적어도 김씨 사건에서는 시스템 확대개편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외교부, 국정원, NSC, 국방부 등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와 관련해 "정보체계(시스템)를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다시 시스템 정비론을 꺼내 든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1년 4개월이 지났음에도 마냥 '시스템 타령'만 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새 시스템에서 일을 제대로 할 때이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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