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래식 공연 1번지인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내년 상반기 개보수 공사로 문을 닫음에 따라 공연장 부족에 따른 대관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예술의전당 음악당의 콘서트홀(2,600석)과 리사이틀홀(400석)에서 열리던 공연들이 옮겨갈 다른 극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케스트라나 유명 연주자가 설 만한 클래식 전용홀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뿐이어서 휴관에 따른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예술의전당은 내년 1월부터 5개월 간 약 100억 원을 들여 음악당을 고친다. 객석의 낡은 의자를 바꾸고 공조 시스템과 마감재, 로비를 개보수하며 여자 화장실도 대폭 늘린다. 당초 6, 7개월을 잡았으나 음악계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줄였다.
휴관에 따른 공연장 부족에 대비, 예술의전당은 올 하반기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의 낮 공연을 늘리고 7월 1∼7일 대관 신청을 받는다. 콘서트홀은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3시, 리사이틀홀은 목·금요일 오후5시 공연을 추가하고 저녁 공연 시각은 30분 늦춰 8시로 조정했다. 이렇게 하면 휴관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300회 가량의 공연 중 절반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의 수요를 흡수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규모가 비슷한 곳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00석) 뿐이어서 주요 공연은 그리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실정.
그러나 서울시향 등 세종문화회관 소속 9개 예술단이 5월부터 책임운영제에 들어가면서 단체마다 공연을 늘릴 계획이어서 이들의 자체 공연을 우선 소화할 경우 외부에 내줄 수 있는 날짜는 오히려 줄어들어 대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던 독주회나 실내악도 금호아트홀(300석), 영산아트홀(500석), 호암아트홀(640석), LG아트센터(1,000석) 등으로 분산될 전망이다.
이달 말까지 내년 상반기 대관신청을 받는 영산아트홀의 경우 전체 사용 가능 일수의 30%를 할애하던 수시대관을 뺄 수 없을 만큼 신청이 몰리고 있다. 영산아트홀의 대관 담당자는 "평소 10%에 그치던 독주회 신청 건이 30% 선까지 늘었고 신청자 중 좋은 연주자가 꽤 많다"고 전하면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의 휴관에 따른 영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그동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애용해온 한 기획사는 내년에는 클래식 공연을 줄이고 연극, 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기획사 직원은 "내년도 외국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장소로 세종문화회관을 알아보고 있으나 대관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식 전용홀이 절대 부족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대관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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