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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애도로 온 국민 슬픔 잠겼는데…안병영 부총리·교육감 호화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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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애도로 온 국민 슬픔 잠겼는데…안병영 부총리·교육감 호화술판

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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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던 시각에 안병영 교육부총리 등 교육 수장들이 고급 식당에서 외제 양주로 향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25일 울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안 부총리와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등 전국 시·도교육감 13명은 24일 오후 7시40분부터 울산 달동 L 한정식 음식점에서 1인분에 3만원짜리 식사와 함께 병당 25만원 이상인 발렌타인 17년 양주 12병을 주문해 마셨다.

이들은 양주 외에도 매실주 소주 맥주 등 국산 주류 15병을 주문, 2시간 동안 술자리를 계속했으며 안 부총리가 있던 주빈 방에서는 폭탄주까지 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행원과 보좌진도 옆방에서 소주와 백세주 등 25병을 주문해 마셨다.

시·도교육감들은 이날 오후 4∼6시 울산 롯데호텔에서 2개월에 한 번씩 각 시·도를 돌며 열리는 정례 협의회를 가진 뒤 오후 6시30분부터 7시10분까지 안 부총리의 특강을 들었으나 특별한 현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총리는 이날 이해찬 총리 후보 인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시·도교육감 협의회 참석을 이유로 청문회에도 불참했다. 안 부총리는 불과 30여분 짤막하게 '공무'를 수행하고 곧바로 '호화 술판'을 벌인 셈이다.

음식값을 지불한 울산시교육청이 25일 공개한 식사비 영수증에는 이날 전체 식대가 284만원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주점에서 병당 25만∼40만원인 발렌타인 17년 양주가격이 8만원으로 돼 있어 말썽이 나자 비용을 축소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이 음식점은 평소 단골이라 양주를 원가인 8만원만 받았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안 부총리는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유감이지만 술집도 아닌 식당에서 반주로 한 잔 마시는 시늉만 하고 다른 일정 때문에 1시간 만에 자리를 뜬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다"며 "당시 방에는 양주 3병과 국산 주류가 놓여 있었는데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온 국민이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황에서 30분의 특강을 위해 지방나들이에 나선 부총리가 시·도교육감들과 호화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사이트에는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하는 비난 글이 쇄도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김선일씨 사건 처리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안이한 대처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교육을 책임진 부총리와 교육감들마저 신중치 못한 처신으로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국민의 혈세인 교육청 예산으로 호화판 식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명백히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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