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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어느덧 일 주일/전수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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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어느덧 일 주일/전수찬 지음

입력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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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 주일전수찬 지음

문학동네 발행·8,000원

인생의 한계를 배운 사람은 결핍의 고통도 이길 수 있다던 고대 희랍의 한 철학자의 말은, 말로서만 옳다. 누구나 외롭고, 외로워서 인간이라고 한 이도 있다. 때로는 이 외로움(혹은 결핍)이 일탈의 명분으로 동원되고, 그 명분마저 내팽개치는 방식이 쿨한 삶으로 미화되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문학동네가 9번째 작가상 수상작으로 고른 ‘어느덧 일 주일’의 인물들도 결핍으로 아픈 이들이다. 남편과의 소통부재로 삶이 감옥 같은 서른 일곱 살의 기연은 남편의 여행을 틈타 서른 살의 나(준태)와 밀회를 즐긴다. 그 일주일이 소설 서사의 시간이다. 나 역시 아버지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혹은 불능의 고통을 안고 사는 남자다. 불륜의 불안과 자책, 불륜이기에 가능할 법한 긴장의 쾌감. 소설은 문체며 소재며 편하게 읽힐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때로는 진지하다. 나와 기연은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을 외면하지 않는다. 불륜을 마주하는 방식에서도 그렇고, 소통부재의 현실에 대해서도 그렇다. 뾰족한 해법도 없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끝까지 안타깝다. 미숙한 거들먹거림이 없다는 점도 작가의 녹록치 않은 현실감각을 엿보게 한다.

작가 전수찬씨는 수상 인터뷰에서 “전달되지 않는 함성과 권위주의적 침묵, 그 거대한 소음의 구조물 속에 젊은 세대는 늘 안타깝다”며 “나의 소설은 그 안타까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무슨 말이 필요하냐는 듯 당당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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