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폴 퀸네트 지음ㆍ공경희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1만 2,800원
물이 연인처럼 불러주기라도 하는 걸까? 주말이면 어김없이 낚싯대를 챙겨 들고 길 떠나는 사람은 두말도 필요 없는 낚시광이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1년에 80일 정도 낚시 다니고, 그도 모자라 점심시간에 도심의 강가로 송어잡이 나가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자살예방 상담전문가인 임상심리학자이자 이름난 미국의 낚시 칼럼니스트 폴 퀸네트가 그런 사람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원제 ‘Fishing Lessons’)는 이 베테랑 낚시꾼이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들려주는 인생론이다. 그 인생의 교훈은 물론 무지개송어, 줄무늬배스, 창꼬치, 연어와 함께 강에서 플라이 낚시로 길어 올린 것들이다. ‘멋진 물고기와의 대단한 싸움에서 진다는 것은, 내가 물고기를 과소평가했거나 낚시를 잘못했다는 뜻이다. 패배의 이유를 운이 나빴다고 둘러댈 수는 없다.’
저자는 친구와 와인 7리터를 나눠 마시고 강가에 누워 밤하늘 별을 보며 프로이트의 영혼이 자기의 몸 속에 들어왔다며 너스레 떠는 유머와 인생을 긍정하는 품성이 몸에 밴 사람이다. 늘 배울 일을 찾고, 좋은 경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고 애쓴다. ‘2월에 송어를 잡으려면 우리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노인들에게 미소 짓고, 가능하면 말을 걸어야 한다’고 할 때는 사뭇 한 경지에 오른 현자의 모습이다.
길어야 대여섯 쪽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 속에 낚시에 얽힌 갖은 일화, 말기암 환자의 마지막 낚시여행 같은 가슴 저린 사연, 낚시와 섹스 이야기 등 자잘한 체험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월척’은 역시 플라이를 적당한 높이로 던진 뒤 조용히 기다리는 중 다가온다. ‘가끔 낚시를 할 때면 마음이 돌아다니다가 ‘죽여주는 것’을 갖고 돌아온다. 문제 해결책. 사람들에 대한 통찰력.’
삶의 세 가지 필수품이 ‘음식, 물, 송어 플라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장화바지를 입고 8월의 강에 몸을 던질 때, 그는 때를 벗은 삶 속으로 풍덩 몸을 던진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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