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PTN이 6월 초에 김선일씨 피랍 비디오를 입수하고도 바로 보도하지 않다가 뒤늦게 비디오 입수 사실을 밝히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APTN측은 24일 비디오 입수 즉시 보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화면 상으로 볼 때 김씨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억류됐는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비디오 화면에서 김선일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람이 납치됐거나 자신의 의지에 반해 억류됐다고 볼 만한 징후가 없고 이 테이프가 왜 자신들에게 보내졌는지 불분명했으며 테이프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AP측은 6월3일 서울 지국의 기자가 한국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김선일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실종됐는지의 여부를 확인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혀 이것도 보도를 하지 않게 된 요인임을 시사했다.
비디오 화면에서 김씨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하는 말을 많이 하자 AP측은 이 테이프가 동양인을 이용한 반미 선전물이라고 판단, 보도를 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 AP측이 한국 외교부에 김씨의 실종여부를 문의할 때 김선일씨가 밝힌 생년월일이나 그 같은 비디오의 존재사실조차 밝히지 않은 것도 이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반증일 수 있다.
AP측은 김선일씨가 피살 당한 후 당시 이 테이프의 주인공이 김선일씨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비디오 입수 사실을 뒤늦게 보도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P의 서울지국 관계자는 비록 뉴스가치 판단에서는 실수를 했지만 사실을 그대로 밝히는 것이 정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24일 이를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P측이 비디오 테이프 존재 사실을 바그다드 대사관이나 한국 외교부에 알리고 확인했더라면 김씨가 피살되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에 하나 비디오 내용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AP측이 소극적으로 임했다면 귀중한 인명이 달린 사안에 대해 무책임했고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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