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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매니지먼트 시대/국내 첫 작가 전속사 '드라마뱅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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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매니지먼트 시대/국내 첫 작가 전속사 '드라마뱅크' 설립

입력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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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가 PD를 좌지우지하고 톱 스타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갈아 치운다. 게다가 드라마 한 편으로 몇 억원을 벌기도 한다.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2003)에 비친 '제왕적' 작가의 모습이다.그렇다면 실상은? 330명이 넘는 드라마 작가들 중 김수현 김정수 이환경 같은 스타 작가 20명 정도를 빼고는 별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드라마 작가들은 "원고료가 탤런트들에 비해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혼자서 몇 십 부짜리 드라마를 써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선 좋은 작품을 쓰기 어렵고 촬영 직전에 '쪽대본'을 보내는 일도 불가피하다. 게다가 집필 기회도 좀처럼 돌아 오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처럼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드라마 작가들의 처우 개선과 작품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문 에이전트가 등장했다.

1일 출범한 드라마뱅크(www.dramabank.net)는 드라마·시나리오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작가 소속사'다. 드라마뱅크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회사가 그렇듯이 소속된 드라마 작가를 위해 방송사와의 접촉부터 계약까지 일체 과정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일정 정도의 수임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드라마뱅크는 방송사 드라마 공모에 당선되거나 단막극을 집필한 신인작가 30명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드라마뱅크'의 설립과 운영은 현직 드라마 작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강덕 본부장은 한국방송작가협회 상임이사 출신이고, 이홍구 대표는 '수사반장' '한지붕 세 가족' 'M'을 썼고 올 하반기에 방영될 SBS '토지'를 집필하고 있다. 이홍구 대표는 "수사반장 집필 시 원고료가 7만원이었고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최불암씨 출연료가 2만 5,000원 선이었지만 90년대 들어 연예 기획사가 등장으로 연예인의 몸값이 치솟아 출연료가 원고료의 3, 4배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교섭력을 바탕으로 방송사나 제작사로부터 적정 수준의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드라마뱅크의 야심이다.

다수의 작가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드라마 대본 창작에 참여해 영화 시나리오나 대본을 사전에 완성하고 이를 영화사나 방송사에 판매하는 '할리우드식 시스템'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은실이' '푸른 안개' 등을 쓴 스타 작가 이금림씨는 드라마뱅크에서 2005년 선보일 드라마를 신인 작가들과 공동으로 기획·집필하고 있다. 또 이홍구씨도 내년 방영될 납량 특집 미니시리즈 대본을 쓰고 있으며 이를 MBC에 공급할 예정이다.

드라마뱅크의 이 같은 활동이 현실화되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식 시스템이 정착되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좋은 드라마 대본과 작가를 확보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뱅크의 이런 장밋빛 플랜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아직까지 드라마뱅크는 거물급 작가를 영입하지 못한 상태. 방송국이나 제작사와의 관계 설정 문제도 드라마 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방송작가협회 박정란 이사장은 "뜻은 좋지만 이 같은 프로젝트를 다른 제작사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며 "한국적 현실에서 실효성이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이재갑 드라마국장도 "완성도 높은 대본을 사전에 방송사에 공급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면서도 "미국처럼 드라마 작가를 매니지먼트 하는 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판단을 보류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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