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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웰빙 여행-영월 주천강 '고기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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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웰빙 여행-영월 주천강 '고기잡이'

입력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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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이름부터 독특하다. 주천강(酒泉江). 술샘이 있는 강이라는 뜻이다. 강원 평창군, 횡성군 태기산에서 발원, 영월군 수주면, 주천면을 거쳐 평창강과 만나 서강을 이루고, 다시 동강과 합류, 남한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주천강의 본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월군 주천면 일대 주민들은 예부터 음주가무를 좋아했나 보다. 마을앞을 흐르는 강을 술샘으로 여길 정도였으니 ….옛날에는 술도 사람을 차별했다. 주천면에 술이 솟아나는 바위샘이 있었다. 양반이 잔을 들이대면 청주가, 천민은 탁주가 솟았다고 한다. 천민이 양반옷을 입고 잔을 들이댔지만 역시 탁주를 쏟아냈다고 한다. 화가 난 천민이 샘을 부쉈고, 이후 술 대신 맑은 물만 흘러나와 강이 됐다고 한다. 마침내 반상의 차별이 사라진 것이다.

고기잡기 지치면 물놀이하고 배고프면 밥먹고

주천강은 천렵(川獵)의 별천지다. 천렵은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낚시와는 내용면에서 다르다. 개울에서 수영도 즐기고, 배가 고프면 잡은 물고기로 구이나 찌개를 해먹는다. 고기잡이보다는 놀이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강가에서 먹고 노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가장 소박하고 원시적인 놀이인 셈이다. 지금도 그 전통이 남아있다.

주천강에는 아름다운 경승지가 많다. 염둔천계곡은 바위와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 제격. 요선암은 반들반들한 화강암과 굽이치는 물살이 장관이다.

천렵이 가장 성행하는 곳은 무릉리 일대. 깊이가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고 물흐름도 세지 않다. 강이라기 보다는 개울에 가깝다. 하루 종일 강태공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개울낚시 방법이 뭐가 그리 다양한지 낚시 박람회를 보는 듯 하다. 꺽지낚시, 견지낚시, 릴낚시, 대낚시, 어항낚시, 족대낚시 등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다.

꺽지낚시는 1m 가량의 낚싯대에 낚시바늘을 묶어 바위틈에 끼워둔다. 미끼는 잠자리유충이 전부이다. 쏘가리와 비슷하게 생긴 꺽지를 잡을 때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견지낚시는 여울에서 파리모양의 가짜미끼(루어)를 이용, 물고기를 잡는 방법. 강에서 3~4개의 루어를 엮은 낚시줄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 피라미, 쉬리 등이 루어를 먹이로 착각, 줄을 물게 된다. 여울을 가로 질러 낚시줄을 드리운 뒤 루어를 20~30㎝ 간격으로 매달아 물속에 담궈놓기도 한다.

대낚시는 일반 낚시와 외형상으로는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미끼는 루어를 사용한다. 흐르는 물에 낚싯대를 던진 뒤 대를 좌우로 흔들어 고기를 잡는다. 릴낚시는 대낚시보다 멀리 던질 때 이용한다.

어항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여울이나 잔잔한 물에 높이 30㎝ 가량의 U자 형태의 돌탑을 쌓고 그 속에 어항을 놓는다. 어항앞에는 깻묵(들기름 찌꺼기)을 놔두면 고기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와 어항속으로 빨려든다.

단번에 많은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이 촘촘하게 엮인 족대를 이용한다. 한번에 20마리 정도는 너끈하게 올릴 수 있다. 투망을 이용하면 보다 많은 고기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어자원보호를 위해 법으로 금하고 있다.

잡는 방법만 다양한 것은 아니다.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메기, 참마작, 쉬리, 피라미, 어름치, 버들치, 황쏘가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황쏘가리와 어름치는 천연기념물로 어획자체가 불법이다. 잡더라도 산채로 놔줘야 한다. 일반 쏘가리는 보호종으로 지정돼있어 크기가 20㎝ 이내이면 역시 풀어줘야 한다.

운 좋으면 민물고기 '얼짱' 쉬리도 만나

잡은 고기는 대부분 튀김이나 찌개를 끓이는 데 사용된다. 도리뱅뱅이가 유명하다. 고기를 살짝 말려 갖은 양념을 버무려 프라이팬에 튀겨낸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빙 돌려서 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름에 잡아서 말려뒀다가 겨울까지 먹었다.

관상용으로 사용되는 고기도 있다. 영화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쉬리’가 대표적이다. 쉬리는 몸매와 몸빛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유영방법도 독특하다. 고상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모래나 돌위에 살포시 내려앉을 때의 모습은 거의 공주과이다. 민물고기의 ‘몸짱’‘얼짱’으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천강의 천렵은 밤이 되도 끝이 날 줄 모른다. 밤이 깊어지면 바위속에 숨어있는 고기들이 물가로 나와 잠을 청한다. 피라미, 돌마자, 왕종개 등 이 대표주자. 횃불과 전등을 물에 비추면 둥둥 떠다니는 고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면장갑을 낀 손으로 지긋이 눌러 잡으면 끝이다. 눈뜬 장님과의 숨바꼭질이나 다름없다. 고기를 잡지 못해도 아쉽지 않다. 자연과 함께 즐기다 보면 시간을 잊는다. 천렵과 함께 주천강의 밤도 깊어간다.

/주천강(영월)=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주천강 천렵

주천강 천렵은 장비가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릉가족식민박펜션(033-372-6658) 등 인근 민박집에 숙박을 청하면 족대나 낚싯대를 빌릴 수 있다. 현지 전문여행사인 퉁가리여행사(033-372-0277)는 천렵체험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첫날 오후 주천강에 도착,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횃불낚시를 즐긴다. 다음 날 오전 법흥사, 요선정 등 관광을 마친 뒤 주천강에서 족대로 고기잡기, 꺽지낚시 등 다양한 천렵체험에 참가한다. 10명 기준 58만원(1인당 5만8,000원), 20명 기준 80만원(1인당 4만원). (033)372-0277.

인터넷여행사 넥스투어(www.nextour.co.kr)는 주천강 천렵체험과 두부만들이, 래프팅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연계한 상품을 판매중이다. 성인기준 1인당 4만8,000~11만원. (02)554-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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