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은 잇단 망신을 당하며 쓸쓸히 발길을 고국으로 돌렸다.통산 3차례 우승에 빛나는 독일은 24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브라가의 브라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진급을 출전시킨 체코에 발목이 잡히며 1―2로 패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이길 경우 8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독일은 2무1패로 유로 2000에 이어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라트비아를 3―0으로 완파하고 1승1무1패(승점4), 조 2위로 8강에 막차로 턱걸이했다. '죽음의 조'에 포함됐던 체코는 조별리그서 3연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 됐다. 이날 독일―체코전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독일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미 조 1위로 8강 진출이 확정된 체코가 파벨 네드베드, 얀 콜러 등 주전 9명을 빼고 '2진급'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독일은 자존심이 상한 듯 초반부터 공세를 펼친 끝에 선취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전반 21분 미하엘 발라크가 슈나이더의 왼쪽 크로스를 왼발 가위차기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하지만 독일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9분 뒤 체코의 마렉 하인츠가 독일 진영 오른쪽 25m 지점서 절묘한 왼발 감아치기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독일의 명골키퍼 올리버 칸도 손 한번 못쓰고 꼼짝없이 당한 멋진 슛이었다.
다급해진 독일은 후반 총공세에 나서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발라크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32분 체코의 바로스에게 역전골을 허용, 무릎을 꿇었다. 체코의 카렐 브루크너 감독은 "독일전의 선발라인업을 두고 B팀 또는 2진급이라는 평가는 맞지 않다"며 "체코는 11명의 주전선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23명의 대표선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패한 독일의 루디 푀일러 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2골)와 로이 마카이(1골)의 연속골에 힘입어 라트비아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반드시 라트비아를 이기고, 체코와 독일전의 결과를 지켜 봐야 했던 네덜란드는 독일이 패함으로써 8강 진출의 행운을 안았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내일의 하이라이트
프랑스―그리스(26일 오전 3시45분 리스본, MBC)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돌풍의 주역' 그리스의 8강전은 창과 방패의 대결 양상이다. FIFA랭킹 2위 프랑스는 최근 21경기 연속무패행진중인데다 그리스와의 상대전적서 5승1무로 앞서 있어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잉글랜드와의 개막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랑스는 '3분의 기적'을 만든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미드필드진이 그리스를 압도한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티에리 앙리가 스위스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골 감각이 살아나고 있어 4강행을 자신한다. 하지만 '이겨도 본전'이라는 생각과 오른쪽 윙백 윌리 사뇰, 미드필더 파트리크 비에라가 결장하는 것이 부담이다.
반면 개막전에서 개최국 포르투갈의 발목을 잡으면서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 그리스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예선에서 2패 뒤 무실점으로 6연승을 질주하며 스페인을 밀어낼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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