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중학생 아들은 매일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데, 도대체 숟가락을 가져갈 줄 모른다. 지난해엔 그것 때문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몇 차례 주의 전화도 받았다. 점심시간만 되면 자꾸 다른 아이들의 숟가락을 빼앗아 그 아이까지 점심을 못 먹게 하는 것이다.학교에서 이런 전화가 오면 부모로서는 여러가지로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그런데 올해는 일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그런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웬 일인가 물어보았더니 학기 초 이 집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같은 반의 한 마음 착한 여학생이 매일 자기의 것까지 수저 두 벌을 챙겨온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우리 부부는 그 여학생을 상빈이의 '숟가락 소녀'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이의 휴대폰에 사진까지 붙어 있는 그 '숟가락 소녀'는 참 착하고도 예쁘게 생겼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함께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가기도 한다. 저녁식사 때 가끔 아들에게 '숟가락 소녀'의 근황을 묻는 것도 우리의 즐거움 중 하나다. 한번 그 숟가락 소녀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럼 언제가 되어야 그럴 때가 된다는 것인지 그것도 우리는 궁금하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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