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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黨·靑 새 패러다임 세워야

입력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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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김근태 정동영등의 입각 추진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더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는 소리가 당에서 나오고, 청와대는 의원들의 튀는 행동에 불만을 표시한다. 피곤한 쪽은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다. 한 목소리로 주요 정책을 추진하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터인데 제 각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청와대와 당의 따로 노는 모습은 구조적 측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시정하겠다며 당정분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제 아래서 집권당 총재를 겸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다. 우리당의 핵심이면서도 4·15총선이 끝난 뒤에야 입당했다. 우리당이 원내과반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노 대통령이 우리당 의원들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여러 이유로 예전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우선 의원들의 임기가 노 대통령보다 길다. 17대 의원의 임기는 2008년 5월에 끝나지만 노 태통령은 그 해 2월 25일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노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우리당 공천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4·15총선 때 탄핵소추를 받은 상태여서 우리당 의원들의 당선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탄핵 후폭풍이 우리당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 가는 지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의원입장에서 보면 경선을 통해 공천을 얻었고 당의 물질적 도움 없이 자기 힘으로 당선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리당 의원 152명중 3분의 2에 달하는 108명이 초선의원들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의욕에 넘쳐 있고 상당수는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않다. 튀는 행동을 해야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러자면 지도부나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못 할 것도 없다고 볼 것이다. 이들은 별도 모임을 결성하는 등 벌써 집단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확실히 한다며 청와대 정무수석을 없앴다.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원에게 주문했던 당과의 가교역할도 없던 일로 해 버렸다. 정무수석을 부활하거나 정무장관직을 신설하자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공식 통로도 없고 느슨하기 짝이 없는 게 당과 청와대 사이의 현주소다.

하지만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는 청와대가 국정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국민들 눈에 비치는 대통령은 여전히 힘이 막강하고 집권당을 잘 다스려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앴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당정은 공조가 잘 돼야 하고 정부정책은 일관성있게 다뤄져야 한다.

대통령과 당이 충돌하면 손해는 대통령 몫이다. 이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면 임기 후반기 통치권 누수현상(레임덕)을 부추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당에 대해 지렛대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정치 초년병 시절 주변과 부딪히면서 자신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의원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요 현안을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우리당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공약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분양원가 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의 태도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당정분리의 공백은 어떤 행태로든 빨리 메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요 현안이 계속 삐그덕거리고, 대통령과 당과의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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