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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루토늄 대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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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루토늄 대국 일본

입력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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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원자력 이용은 핵무기 전용 우려가 없음을 인정하여 핵 사찰 횟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 결과 IAEA 핵 사찰 업무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일본에 대한 부담 경감에 따른 여유 인원 및 자금을 이란 등 핵무기 개발 의혹 국가들에 대한 핵 사찰 업무에 집중적으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IAEA의 이러한 방침은 특정 핵 개발 의혹 국가들의 핵 확산 방지 차원에서 본다면 바람직할 수도 있으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일본으로서는 대단히 만족할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주변 국가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편파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은 2002년 말 기준으로 자국 내에 5.4톤, 해외에 33.4톤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위탁 재처리 결과 수년 내 반환되는 플루토늄을 전부 합치면 약 65톤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가지게 된다. 이는 단순 계산하더라도 핵무기 1만3,00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또한 연간 800톤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이 2006년 7월 예정대로 가동하면 핵무기 1,400기 분량에 해당하는 연간 7톤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이외에도 일본은 최대 핵무기 360기 분량에 해당하는 연간 1.8톤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토카이무라 재처리 시설을 현재 가동 중이다. 게다가 로카쇼무라에 있는 우라늄 농축 공장을 의도적으로 용도만 변경하면 핵무기 400∼500기 분량에 해당하는 연간 7.7톤의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런데도 IAEA는 북한의 핵 물질 생산에 대해서는 세계 안보 위협 측면에서 대단히 엄격하게 다루어 온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주변 국가들의 우려는 개의치 않고 핵 무장 의도가 없다는 자의적 판단 아래 핵 물질 재고량이 엄청난 양으로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데도 묵인하고 있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이 동북아 지역 안보에 위협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다. IAEA는 해결 대책 없이 대량으로 누적되어 가는 일본의 분리된 플루토늄 또한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 요소라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IAEA의 공정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자국의 핵 무장을 우려하는 주변 국가들의 의심을 줄이기 위해, 플루토늄 재고를 조속히 처분하고 재처리 사업을 중지하거나 연기하여 당분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용도가 아닌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는 "분리된 플루토늄 재고 제로" 정책을 시급히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가 동북아 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인자로 북 핵 문제를 거론하고 그 해결책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 오랫동안 동북아 안보환경의 잠재적 위험요소였고 주변국으로 핵 도미노 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은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 외교안보팀은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 북 핵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동북아 안보의 실질적 위협이며 북 핵 프로그램의 구실이 되기도 하는 일본의 플루토늄 대량 재고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여야 할 것이다.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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