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AP통신 텔레비전 뉴스가 이달 초 김선일씨가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해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무능력하고 비밀주의에 빠진 정부를 질타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참여연대 등 36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정부가 피랍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은폐했다면 이는 정권의 진퇴가 달린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에 진상조사 촉구 질의서를 보냈다. 국민행동은 25일께 감사원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는지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당국자의 아들이 붙잡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면 과연 이를 그냥 무시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요 인터넷포털 사이트에도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의료원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에는 전날에 이어 정·관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밤 늦게까지 줄을 이었다.
유족들은 김씨가 당초 알려진 날짜보다 훨씬 전에 납치됐고 6월 초 피랍 직후 모습이 TV화면에 나오자 안타까움에 메말랐던 눈물샘이 다시 터져 오열했다. 어머니 신영자(62)씨는 "결국 정부의 거짓말로 착한 우리 아들이 죽었다. 더는 못 믿겠다"며 토로하며 빈소에 놓인 노무현 대통령의 조화를 바닥에 내팽개친 뒤 짓밟았다.
가나무역에서 김씨와 함께 근무했던 허문수(32)씨는 빈소를 찾아와 "뉴스를 본 현지 직원 중 절반은 맞고 절반은 거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대사관이 좀 더 발 빠르게 행동했다면 살려낼 수도 있었을텐데… "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김씨의 명복을 비는 추모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었다. 국민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빈소를 차려놓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또 기독교 단체와 이슬람교 중앙회도 각각 추모기도회를 열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는 이날 참여인원이 3,000명으로 늘어났고 김씨의 고향인 부산은 물론,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추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대생 1,000여명은 여름방학 농활을 연기하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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