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거주 고려인 10만여명 가운데 한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3세, 4세가 거의 없습니다. 한때 1만5,000부씩 주 6회 발간하던 일간신문을 이제 주간으로 바꿔 고작 1,700부 발간하고 있습니다."옛 소련 당시 재소(在蘇) 한인들의 신문으로 우리 말과 글을 2세들에게 교육하고 우리 전통문화 보급에 앞장서온 고려일보가 존폐의 기로에 처했다. 23일 경기 안산시대표단이 방문한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의 고려일보는 한마디로 '퇴락'이란 단어 그 자체를 연상케 했다.
3층 한구석을 얻어 직원 16명에 의해 겨우 발간되는 고려일보는 주 1회 발행이 낡은 건물 외벽만큼이나 버거워 보였다.
양원식(72) 부주필은 "한글을 할 줄 아는 고려인들이 거의 없어 부득이 전체 12면 가운데 8면은 러시아로, 4면은 한글로 발간하고 있다"며 "고려일보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근(64) 사장은 "1년치 구독료 10달러 가운데 우편 발송비 4달러를 제외하면 신문사 몫으로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카자흐스탄 정부와 고려인협회에서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만큼 한국정부가 고려일보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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