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노병 3명이 반세기 만에 화랑무공훈장을 가슴에 달았다.주인공은 문인식(73·부산 해운대구), 김문일(80·경남 양산시)씨와 고 방종수(1999년 작고)씨.
이들은 한국전 발발 54주년을 앞둔 23일 오전 10시30분 육군 제53사단 연병장에서 장병과 보훈단체 관계자, 해운대초등학교 학생 등 1,5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진현 사단장으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지난 50여년의 회한을 달랬다. 이들 중 방씨는 5년 전 세상을 떠나 아들 희종(47·부산 해운대구)씨가 대신 훈장을 받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3명의 6·25 참전 노병은 1953년 8월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됐지만 전역, 주소불명 등으로 훈장을 받지 못했다.
문씨의 경우 서울 강서농림중 졸업반이던 1950년 12월(당시 19세) 입대해 대구에서 8일간 총기조작 등 간단한 훈련만 받고는 6사단 7연대 수색중대로 배속됐다. 이후 그는 동두천전투를 시작으로 강원 횡성지구전투, 사창리전투 등 수많은 전투에 참가해 두 차례 부상하고 중공군에 포위되는 등 사선을 넘나들었다.
종전후인 1953년 10월31일 간부후보생 6기로 임관한 문씨는 1958년 중위로 전역했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어 보청기나 부인의 도움 없이는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전쟁의 상흔을 안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문씨는 "평생 오늘처럼 감격적인 날은 없었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이날 훈장 수여식에서 후배 장병들이 특공무술시범을 펼치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고 장병들의 열병을 받을 때는 또렷한 목소리로 '충성'을 외치며 절도 있는 거수경례로 답하는 등 노병의 당당함을 보여줬다.
이들은 행사를 마친 뒤 우리 군의 장비와 물자를 관람하고 부대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철저한 국토방위를 당부했다.
육군은 89년부터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펼쳐 지금까지 7만1,725명에게 훈장을 교부했으나 아직도 9만여명의 참전용사에게 주소불명 등으로 훈장을 교부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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