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독산동 서민 주택가에 자리잡은 새터교회는 해마다 2회 주일 예배를 보지 않는다. 대신 교인들은 타 종교 기관이나 이웃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다. 교회가 주일 예배를 거르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가 이를 결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이 안에만 있으면 우리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요. 우리 교회가 정말 하나님을 잘 섬기는지, 하나님 말씀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그런데 이웃 종교 기관 또는 이웃 교회의 예배에 참석해보면 신기하게도 우리 교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박후임(朴後任·45) 목사는 굳이 이웃 교회, 이웃 종교라는 표현을 쓰면서 배경을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민족종교 등의 지도자들이 협의회를 구성, 종파를 초월한 공동 사업을 펴거나 부처님오신날, 크리스마스 등 종교 명절에 축하와 덕담을 주고받는 등 종교간 벽 허물기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새터교회처럼 평신도까지 나서는 사례는 거의 없다.
새터교회의 '이웃 교회, 이웃 종교 만나기'는 순전히 박 목사의 개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1999년 1년간 안식년을 가졌다. 목회 일에서 벗어나 모처럼 개인 시간을 갖게 됐는데 그 때 틈틈이 이웃 교회, 이웃 종교 기관의 예배에 참석했다. "몇 군데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절, 성당을 방문했더니 우리 교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교인들이 한 식구 같고 자유로움이 넘치는 것이 우리 교회의 장점이라면 지나치게 자유로운 데서 오는 느슨함이 또 단점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지요."
박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교회 사업으로 전개하자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졌다. 교인 40여명은 남성, 여성, 청년 등 모임 별로 혹은 개인적으로 찾아갈 종교기관을 정한다. 이웃 교회를 찾거나 인근 사찰, 성당, 원불교당 등을 방문해 그곳의 예식에 참석한다. 고향을 찾아가 어린 시절 다니던 조그만 동네 교회 예배에 참석,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교인들은 이웃 종교 기관 예배에 참석한 뒤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어디를 다녀왔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한다. "큰 교회 성가대의 엄숙한 찬양을 들으니 부러웠어요." "그런데 그 교회는 규모가 너무 커서 평범한 교인들이 너무 소홀히 취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님으로부터 불교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람을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는 8월 1일 다 같이 퀘이커교 모임에 참석키로 했다. 퀘이커교는 개신교에 속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교. 8월 8일에는 민족 종교인 천도교 관계자를 초청, 천도교의 가르침과 역사 등을 배우기로 했다.
약간 오해도 있었다. 왜 제 교회 놔두고 다른 교회, 다른 종교 기관에 가느냐는 것인데 그 안에는 혹시 신앙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 같단다. "그건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잖아요. 그 속에서 우리 교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어떻게 운영할 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