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로 한국군의 향후 파병과정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언제라도 민간인과 자이툰부대원에 대해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파병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파병이 이뤄진다 해도 한국군의 활동반경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정부는 일단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에 따른 뚜렷한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다 우리 국민의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는 비판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논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왜 가야 하느냐는 이유야 있지만 그 이익이 김씨의 죽음 앞에 너무 작아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여야 일부 의원들이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함에 따라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의 파병방침에 대한 공격의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파병이 된다고 해도 한국군의 평화재건지원 활동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정부는 소탕작전이 아닌 평화재건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면 '침략자' 미군과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은 제동이 걸렸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하고 있는 서희(공병)·제마(의료)부대의 재건지원활동도 현지 주민들에게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테러세력에게는 미군을 지원하는 죄악일 뿐이었다. '쿠르드판 새마을운동'과 같은 재건지원활동만으로는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파병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저항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방어중심으로 돼 있는 교전규칙을 수정하고 무기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이툰부대 무장력으로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무장강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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