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과 밤낮없이 매트에서 구르다 보니 이젠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어요."한국 여자 레슬링의 이나래(25·평창군청)는 선머슴처럼 씩씩했다. 여자파트너가 부족해 남자선수들을 상대로 연습하고 있는 이나래는 "이번 올림픽에서 제가 복병이라면 복병이죠. 쉽게 상대를 이기진 못하겠지만 쉽게 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나래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레슬링(자유형)에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출격한다. 3월 튀니지에서 열린 올림픽쿼터대회 55㎏급에서 우승, 출전 티켓을 따낸 그는 아직 선수층이 엷은 국내에는 적수가 없다.
이나래의 전공은 원래 유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복을 입은 이후 용인대에 진학, 시드니올림픽 1차 대표 선발전에 뽑혀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유망주였다. 하지만 체중감량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운동에 회의를 느꼈다. 그러던 차에 대학 은사의 권유로 2002년 3월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뭐든지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성격 덕분에 단박에 두각을 나타냈다. 유도 주특기였던 업어치기 기술을 레슬링에 적용, 키 큰 선수들을 능숙하게 요리했다. 이나래는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차지,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본인은 결승전이 끝난 뒤 혼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일본의 요시다 사오리(22)에게 0―10으로 어이없이 패한 것이 너무 분해서 였다.
세계 대회를 3번이나 제패한 요시다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이나래는 그러나 그 때처럼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진다. "국내 최초의 여자 레슬러로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나래는 "체력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국내 남자선수들과 겨루면서 누구보다도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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