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된 김선일(34)씨의 피살 소식이 전해진 23일 전 세계는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냈다.김씨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것을 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우리 국민은 하루 종일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각 국도 "이런 반인륜적인 테러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이라크 무장단체를 비난했다.
부산 범일동 안창마을 김씨 본가에 마련된 빈소와 김씨의 출신학교인 한국외국어대 등에 꾸려진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만들어진 사이버 분향소를 방문한 네티즌들도 한마음으로 애도하면서 무장세력에 대한 절규를 토해냈다.
출근길에 사망 소식을 듣고 한국외대 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김모(42·회사원)씨는 "어떻게 생명을 이렇게도 가볍게 다룰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라며 "같은 약소국 국민으로서 이라크 국민들의 한을 이해하는 입장이었으나 이런 방법은 오히려 반감만 키우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사이버 분향소에 올린 글에서 "우리 군대가 목숨 걸고, 우리 돈 쓰면서 도와주려고 했던 것인데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잔학무도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테러집단을 성토했다.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도 이라크 무장세력을 규탄하는 전화나 인터넷 글이 빗발쳤다. Mega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살인은 살인을 부르는 법. 우리 인간이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국제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도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이 잔혹한 범죄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씨 살해를 야만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자유 세계는 짐승 같은 행위에 위협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무고한 민간인을 피해자로 하는 비열한 행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영국 프랑스 호주 필리핀 등 각국도 외교부 장관 등이 나서 이번 테러를 비난하면서 한국 정부에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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